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영국 소비자 선정 올해의 `최고 브랜드`로 뽑혔다. 영국 소비자연맹이 발행하는 매체가 선정하는 `올해의 위치 어워드`에서다. 삼성전자는 휴대폰·노트북·태블릿PC·프린터 등의 고객 만족도와 제품 혁신성에서 최고로 평가됐으며, LG전자는 TV·사운드바·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에서 `최고 구매(베스트 바이)` 제품을 다수 배출한 결과다.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외국 소비자들이 극찬하며 최고의 브랜드로 평가하는 시대다. 불과 10여년전만해도 인지도가 떨어지고 품질을 신뢰할 수 없다며 외면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우리 엔지니어, 마케터, 디자이너들의 노력과 헌신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확보하는 기술에서는 커다란 변화다. 과거 남의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철저한 자체 기획속에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일례로 삼성은 460㎜이었던 에어컨 두께를 한번에 300㎜ 이하로 대폭 낮췄다. 이를 위해서는 팬 두께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출했고, 결국 팬 디자인 개선이 아닌 `새로운 팬 개발` 이라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항공기 엔진 원리를 이용한 회오리팬. 이 같은 노력은 에너지 효율 개선이라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디자인과 원리가 바뀌자 다양한 방식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 이 과정에서 최고 에너지 효율 방식을 찾아냈다. 이 기술을 채택한 에어컨은 에너지 소비효율을 1w/w 이상 낮췄다. 이는 한해 전 모델과 비교해 월간소비전력량(kWh/월)을 60% 이상 절감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담당 개발자 답변은 걸작이다. 개발을 총괄 지휘한 삼성전자 전홍석 수석, 최형서 책임은 “한계는 절대 없다”면서 “지금 작품도 곧 또 다른 혁신 결과물이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은 계속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최대`라는 꼬리표를 단 제품도 올해 여럿 등장했다. LG전자가 올해 선보인 LG트롬 세탁기는 세계 최대 용량인 22㎏이다. 핸드 타월을 한 번에 100장 이상 빨 수 있다. 크기만이 아니다. 세탁조 크기가 커지면서 세탁물 낙차 폭이 커지고 원심력도 좋아져 세탁성능과 탈수성능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를 통해 자사 보유 핵심 기술 활용도를 높였다. 두드리기, 주무르기, 비비기, 풀어주기, 꼭꼭 짜기, 흔들기 등 세탁 코스별 최적의 조합 설정으로 고객에게 최상의 세탁 효과를 제공한다.
인기상품은 대기업만의 몫은 아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도 고객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데 성공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도 품질만 보장된다면 대기업 제품 못지않게 중소벤처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고 이용한다. 벤처기업 테르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매니지먼트(MAM)`는 애플리케이션(앱)에 보안기능을 내장했다. 앱에 대한 해킹을 원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다. 앱에 대한 통합 보안 기능을 제공하고 데이터 유출과 위·변조 방지, 관리 및 모니터링으로 외부 공격을 차단한다. 회사는 이 기술로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시장을 뚫는데 성공했다. 현재 북미 등 다른 지역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인기상품은 여러 특징을 갖는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기능 일반화다. 제품과 서비스에는 스마트 기능이 하나 이상 들어있는 게 보편화 추세다. 과거와 다르다면 단순한 스마트 기능이 아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소위 `무늬만 스마트 기능`이 아니다. 고객이 현명해졌기 때문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그들이 찾고 활용하는 스마트 기능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다.
글로벌화도 빼 놓을 수 없다. 이제 우리 기업 시장은 `내수(국내)`가 아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 바로 이어진다. 당연히 각 나라 품질관리도 무난히 통과한다. 예전 같으면 품질관리 통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앞선 품질과 기술은 그들의 문을 어렵지 않게 연다.
제품 유형을 보면 보안 제품이 유독 많다. 기술 발달 그리고 모바일 채널 확대 속에서 정보 보호 필요성이 높아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보를 지켜줄 수 있는 제품이 늘었다. 불황속에서도 정보보호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지갑을 연다는 것도 말해준다. 이런 고객의 심리를 제대로 읽은 기업이 올해 좋은 성과를 냈다.
상반기 인기상품을 보면 기술·품질의 중요성과 함께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간파한 제품들이 많다. 그만큼 기업은 소비자와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민관은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인터넷 신산업 분야 1000개 창조기업과 5만개 일자리 창출을 선언했다.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인터넷 신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기반 조성, 시장 창출, 경쟁력 강화, 해외 진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관련 시장이 열릴 것이며 이는 새로운 인기상품 등장의 시초가 될 수 있다.
삼성그룹도 최근 창의적인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10년간 총 1조5000억원 규모를 출연한다. 재단을 만들어 정부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해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 육성` `소재기술 육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과제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민관의 이같은 큰 움직임은 중소벤처기업에게는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 시장 트렌드로 떠오를 수 있는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문이 열리면 커다란 시장이 형성된다. 미미한 변화지만 곧 다수가 관심을 갖고 이는 하나의 트렌드며 현상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것이 바로 `인기상품`으로 이어진다.
올 상반기 전자신문 인기상품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이면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과 서비스가 대거 선정됐다. 단순히 현재의 성과만이 아닌 앞으로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우리 시장을 이끌고 갈 기술로서의 가치와 잠재력을 가진 제품들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앞으로의 기술과 서비스 개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 될 것이다.
【표】품질 우수
【표】추천 상품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