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경없는 인터넷, 우리의 정보는 안전한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촉발된 미국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자고나면 연일 새로운 소식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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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SA)이 구글·애플 같은 IT기업들 서버에 접속해 이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사실을 처음 폭로했다. 이후 그는 영국 정보기관도 전 세계 민간인의 전화·이메일·인터넷 사용 기록 등을 수집했으며, 미 정부는 또 중국 이동통신사와 대학 등을 해킹했다고 추가 공개했다. 하나 같이 파괴력 있는 내용들이다.

사건은 국제문제로 비화됐다. 독일 정부는 스노든 폭로로 불거진 영국의 사찰 의혹에 대해 “할리우드 공포 영화에나 나올 일”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은 사이버 공격의 피해자가 아니라 IT 스파이 행위에서 세계 최고 악당이 됐다”고 꼬집었다.

일련의 사건은 국경 없는 인터넷 시대를 실감케 한다. 개인정보 축적이 나라를 초월해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란 말이 어느 때보다 직설적이고 두렵게 다가온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쏠린다. 정보수집 대상 포함 유무를 떠나, 해외의 비밀스런 정보수집 활동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갖추고 있는지다.

우리나라는 해커들의 놀이터란 평가를 받아왔다. IT강국이라고 자평하지만 `7·7 디도스` 사건부터 `농협 전산망 마비`, 지난 3월 20일 방송사와 금융사에 대한 사이버 테러까지 해킹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이런 데, 은밀한 공격은 그 피해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민 개개인의 개인정보 뿐 아니라 국가기밀 정보를 노리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 진행형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정찰총국 산하에 300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전담부대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이버전 수행인력은 북한보다 못한 400여명 수준이다. 해커 잡는 해커인 화이트 해커는 국내 200여명으로 추산된다. 스노든의 폭로로 촉발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와 불안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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