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모바일 외장장치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 자체 낸드플래시 팹을 보유하지 못한 업체들이 제품을 구하지 못해 가동률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하반기 10나노미터(nm) 중반대 공정의 낸드플래시가 출시될 때까지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외장 메모리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씨게이트, 킹스턴, 렉사 등 모듈·완제품 전문 업체의 1·2분기 실적은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씨게이트는 지난 분기 매출액 35억달러(약 4조106억원), 매출총이익 26.9%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매출액은 약 25%, 매출총이익은 10% 포인트 이상 각각 낮아졌다. 킹스턴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29% 감소했다. 렉사는 지난해 1분기 월 웨이퍼 기준 250만장 규모 공정을 가동했지만 올해는 150만장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PNY와 OCZ 역시 웨이퍼 사용량이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낸드플래시 품귀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5월까지 낸드플래시 웨이퍼를 조달하지 못해 수요와 관계 없이 가동률을 대폭 줄인 상황”이라며 “이달부터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공급난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자체 플래시 메모리 팹을 보유한 업체들은 수급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샌디스크는 지난 1분기 매출액 13억4000만달러(약 1조5348억)를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약 13% 성장했다. 삼성전자, 인텔, 도시바 등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낸드플래시 수급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스크 관계자는 “직접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특별히 완제품 생산에 부족함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낸드플래시 생산 규모가 늘어나는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D램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낸드플래시 라인 2개를 D램 라인으로 전환했다. 도시바가 지난해 증산 투자를 했지만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업체가 하반기 16나노미터(nm)급 낸드플래시를 출시해 웨이퍼 당 양산 능력이 늘어날 때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43%)·인텔(40%)·도시바(53%)·샌디스크(47%)·마이크론은 SSD 사업에서 50% 내외를 넘나드는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자체 메모리 공장(팹)이 없는 OCZ는 10%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김창욱기자 monocle@ent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