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공급 문제로 삼성과 갈등 겪어
`위기 의식의 결여, 신제품 공급망 실패, 마케팅 부진`
스마트폰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중 하나였던 HTC가 2년 간 날개 없는 추락을 해야 한 이유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HTC의 경쟁력 하락 원인을 기업 문화·마케팅·공급망 전반에 걸쳐 분석했다.
1분기 HTC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5%에 그쳤다. 2011년 1분기에는 9.3%다. HTC 주가는 2011년 4월 기준 80% 떨어져 8.38달러다. HTC 경영진의 의사 결정 체계, 전 직원 위기 의식 결여 탓이다.
직원들은 HTC가 초기 고속 성장하는 사이 뚜렷한 목표와 효율성을 잃어버렸다고 자평한다. 한 직원은 “빠른 성장이 우리를 느리게 했다”며 “전략 방향과 위기 의식, 의사결정도 없는 미팅과 의논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HTC 임직원은 피터 초우 CEO를 `까다로운 상관`이라 인식한다. 다소 성미가 급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요구가 잦다는 것이다. 한 HTC 엔지니어는 “우리는 제품이 박스에 봉해지기 전 까지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고 농담하곤 했다”고 전했다.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는 업무 속도를 늦췄다.
마케팅 전략도 빗나갔다.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다음 훌륭한 제품은 이미 곁에 와있다`는 애플 겨냥 광고로 강한 인상을 줬다.
지난해에만 두 명의 마케팅 임원이 그만 뒀다. 월스트리트에 따르면 마케팅 부문 내에서 HTC의 대만 임원들과 서양 출신 임원간 의견이 갈렸다. 아마존에 근무하는 그레그 피셔 HTC 전 부사장은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만든 기업들은 언제 치고 빠져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전의 기회도 놓쳤다. 부품 공급 문제로 플래그십폰 `원(One)` 출시가 지연돼 삼성전자의 갤럭시S4가 나오기 이전 황금같은 수 주를 날렸다. 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대항하는 야심작이었지만 공급망 전략의 실패로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직원들은 늦은 계획이 공급망 문제의 핵심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결국 HTC는 2011년 이후 시가총액 5분의 4를 날렸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