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가 `길고 지루한` 콘텐츠에 열광한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노르웨이 공영 방송 NRK가 최근 방영한 다큐멘터리식 프로그램들이 인구 500만명이 채 안되는 노르웨이 시청자 수백만 명을 동시에 TV 앞에 불러모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인이 특정한 활동을 하는 모습을 아무런 편집이나 기교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방송이다. 예를 들면 뜨개질 전문가가 뜨개질하는 과정을 카메라가 계속 응시하거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상만 18시간 동안 보여주는 식이다.
크루즈선이 노르웨이 피오르드 해안의 차가운 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장면만 13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방송한 프로그램은 노르웨이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250만명이 시청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비에른 뷴은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주방을 태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들이 열광하는 지루한 콘텐츠는 TV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구독률이 가장 높은 신문인 `베르덴스 강`의 온라인 버전 `VG넷`은 지난 달 범죄소설 작가 한스 올라프 랄룸과의 30시간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 마라톤 인터뷰를 잠시라도 시청한 사람은 수십만 명에 이른다. 인터뷰를 보기 위해 기말 시험을 연기하거나 수업을 방송 시청으로 대체한 학교도 등장했으며 학생들은 30시간 전체 방송을 보게 해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아브 젤세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느릿느릿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모든 일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는 게 노르웨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국민은 정신없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비해 지루한 콘텐츠가 오히려 참신한 장르라고 여긴다. 이에 NRK는 더욱 지루하고 긴 방송 아이디어를 찾고 있으며 대중의 아이디어도 접수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