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말한다]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익숙함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모두 오른손잡이 위주의 세상에서 삽니다. 시계, 글 쓰는 것, 숟가락 등 심지어 골프 연습자의 왼쪽 타석은 많지도 않지만, 맨 구석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왼손잡이는 이런 세상에 익숙해져 불편을 잃어버리고 삽니다. 기존 체계에 익숙해지면 창조성이 나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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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왼손잡이론`으로 창조경제 화두를 꺼냈다. 호기심을 가지고 의심해야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창조경제 로드맵 평가는 “그걸 만든 사람들이 창조경제에 익숙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공무원 업무 범위 내에서 로드맵을 고민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창조는 기업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은 이들이 좀 더 창조적이 되도록 도와줘야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업이 내용을 채우면 된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 슬로건을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대박`이라는 표현을 쓰며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 정의는 어렵지만) 새로운 상품, 직업, 기술, 서비스, 산업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창조경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과정의 IT, 과학기술, 융합은 방법론적인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 직업을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정의했다.

창조적인 일은 기업이 늘 하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실상 우리 기업이 새로운 것을 별로 안했다고 진단했다. “산업 편식이 심하고, 편식된 산업에는 과당 경쟁이 발생하고 탈락한 사람은 사회적 약자가 된다”며 “이는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의로 이어졌지만, 강자가 약자와 나누는 식의 발상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목에는 그는 “창조경제는 나누기가 아닌 만들기”라며 “핵심은 산업구조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약자에 대한 새로운 경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정부 규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모든 일은 자유라고 느끼는 것과 무엇을 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규제 총량이 엄청 늘었고, 6월 한달 동안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의 창조경제의 파트너이자 주역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방향성을 제시하면 기업이 이를 채워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도 창조경제에 일조하기 위해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라고 하면 모두 잘 모른다”며 “구체적인 것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기업들이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창조경제특별위원회 발족한 배경이다.

국민들이 실제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그는 “우리는 마치 대학에서 골프 수강신청을 해서 열심히 공부해 A+를 받았지만, 실제 골프는 쳐보지 못한 것과 같다”며 “스위스의 테크노라마 같은 과학체험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도 이 같은 실천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철 부회장이 제안하는 창조 모델 `도쿄 핸즈`

국내 10대 산업 1위 기업의 평균 나이가 54세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항공우주, 제약,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정부가 자동차 개·변조 산업을 허용하겠다고 하면 리무진 개조, 버스 개조, (지게차 등) 융합 트럭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질 것이다. 10개 회사가 나와서 2000명씩만 고용해도 2만명이다.

그는 “키위는 농산품이지만 뉴질랜드는 생산과 판매방식 변화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었고, 바느질로 만들던 축구공은 중소기업 영역이었지만, 써멀 본딩이라는 접착기술이 적용된 축구공은 첨단 융합 산업이 됐다. 워킹화는 기존 운동화의 콘셉트 변화 아이디어를 통해 몇 배의 시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융합 상품의 예로 일본 `도쿄 핸즈`의 다양한 제품을 소개했다. 사과모양의 평면으로 접을 수 있는 바구니, 저울이 결합된 숟가락, 볼펜 스캐너 등은 도쿄 핸즈에서 직접 구매했다.

싱가포르 항공기 정비사업(MRO), 미국 자동차 개조산업, 프랑스 말산업 등 해외에는 있고, 국내에는 없는 산업도 소개했다. 자동차 개조산업도 미국은 30조원(2009년)에 달하지만, 한국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은 “지방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특허까지 등록된 (땅속) 말뚝형 지주목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서 식재된 수십년된 나무를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던 것처럼 만들었다”며 “자유로운 사고에 기반한 창조성은 새로운 산업과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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