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웹페이지를 표시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구글 크롬을 제거하시겠습니까? (크롬이 마음에 안 드세요? >.
구글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다 만나게 되는 익살스러운 대화상자다. 구어체나 유행하는 문자 이모티콘까지 써 친근한 느낌을 준다. 고객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진다.

구글의 언어 현지화 노력이 검색기술 만큼 발 빠르다. 자연스러운 번역이 다가 아니다. 재미있고 편안한 문장을 사용해 `서비스 현지화의 벽` 자체를 허문다.
장혜림 구글 언어전문가 한국어 총괄은 “인터넷 서비스를 상위 10개 언어로 제공하면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82%에, 40개 언어로 제공하면 95%에 다가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이 언어 현지화에 신경 쓰는 이유다. 2000년 처음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07년엔 에릭 슈미트 회장이 직접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출시 2개월 안에 40개 언어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1년에는 2개월 안에 지원하는 언어를 60개로 늘렸다. 현재 구글은 189개 도메인을 보유하고 146개 언어 검색을 지원한다. 제품 출시에 맞춰 짧은 기간에 번역을 마무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60개 국가에서 동시 출시된 `구글플러스`처럼 기밀 유지를 위해 해당 제품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번역을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구글은 전문가와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다. 세계 각지에서 현지어를 담당하는 20여명의 언어전문가와 지원 부서, 외부 번역가 등이 한해 1만8000건이 넘는 현지화 프로젝트에 나선다. 작년에만 3억8000만 단어가 넘는 콘텐츠가 번역됐다.
효율적 번역을 위한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한 번이라도 번역된 콘텐츠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저장돼 비슷한 문장이 나오면 끌어쓰는 `번역가 도구`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이를 아예 외부에 공개, 세계 번역가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문체와 어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한 스타일가이드나 용어 데이터베이스도 제공한다.
수많은 서비스를 한국어로 현지화한 경험은 글로벌 서비스를 계획하는 국내 기업도 참고할 만하다. 장혜림 총괄은 “일단 국내용으로 만들고 잘 되면 미국으로 가볼까라는 접근은 곤란하다”며 “기획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어순이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버튼 위치가 이상해지거나 하지 않도록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 지메일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는 히브리어도 수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장 총괄은 “구글 지도 용어를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사용률이 50%씩 차이나기도 했다”며 “최대한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번역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사용량 기준으로 세계 10대 언어에 포함된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가 세계 20위 정도임을 생각하면 인터넷에서 한국의 위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구글 서비스의 최우선 출시 언어 중 하나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 검색의 절반 이상이 미국 밖에서 일어난다”며 “현지화는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자는 구글 목표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