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DC 글로벌 표준 대응 부족, 어떻게 볼 것인가

글로벌 직류 표준화 대응 이대로 좋은가

“이미 늦었다. 빨리 따라가야 한다.”

“아니다 표준 확정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직류(DC) 표준화 움직임이 활기를 띠는 것에 대한 각계 반응이다.

[이슈분석]DC 글로벌 표준 대응 부족,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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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는 이들 국가 움직임에 서둘러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단기적 영향은 파악이 어렵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표준이 나오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발 늦으면 글로벌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오승열 전자부품연구원 디지털컨버전스 연구센터 팀장은 “`글로벌 표준`이라는 것은 우리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사용하던 규격을 표준에 맞게 바꾸는 과정에서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소요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데는 국가별로 원하는 표준이 달라서다. 표준이 나온 후에 준비를 한다면 늦을 수 있고, 이것이 우리 산업 환경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배현수 서울대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연구소 연구원은 “전기는 `안전`과 직결된다. 상용화 이전에 얼마나 많이 준비하고 검증했느냐에 따라 경쟁력에 차이가 발생한다”며 “전기 분야에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 잡는 데는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강조했다.

오승열 팀장도 “우리나라 산업 환경에 맞게 글로벌 표준이 나올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에게 적합한 표준을 도출하고 이를 해외 표준화 기관과 접촉해 지속적으로 관철하도록 의견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표준화 참여 수준은 매우 낮다. 글로벌 전기 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진행 중인 직류 표준화 작업에는 미국·일본·EU·중국 등이 주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IEC DC 표준화 분과위원으로는 약 30명이 활동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름만 올리는 수준이다. 제대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의 관심 부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해외에서 DC 연구와 실증이 상당분 진척됐다는 점도 우려되는 측면이다. 표준화가 논의 중인 300볼트 이상 DC 분야에서 이미 많은 연구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2008년 IDC센터에 DC전력을 도입했다. 도후쿠대학은 2009년부터 DC홈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샤프·TDK 등 가전업계도 2008년 DC 전력을 사용하는 `DC 홈(Home)` 개념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도 미국전력연구센터(EPRI)는 교류(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구성 일환으로 DC배전망에 필요한 초고속 전력전자 스위치를 개발 중이다. CPES는 `제로에너지 빌딩` 개념을 도입해 건물 설계를 하고 있으며, 직류배전 테스트베드도 구축했다.

EU에서도 주요 국가들이 다양한 DC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결과물도 나왔다. 영국 벤트-액시아(Vent-Axia)는 DC홈에 사용하는 저에너지 DC모터 기반 제품을 생산중이다. 덴마크업체 댄포스는 고효율 DC 컴프레서를 만들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소규모 DC망 실증사업을 추진중이며, 저전압 DC공급방식도 검토 중이다. 핀란드에서도 학계 주도 DC 750V 계통으로의 전환 타당성 확인 작업 중이다.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일본은 자국이 보유한 특허를 국제 표준에 활용할 경우 특허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도 국제기구에 전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자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표준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등록한 특허를 풀겠다는 것은 표준만 잡힌다면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의 이같은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국내에선 이제 연구 시작단계다. 2011년 11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에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직류표준화연구회가 발족한 가운데 최근 직류배전 신시장 창출을 위한 표준화 항목과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하는데 성공했다. 중요한 진전이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서는 많이 늦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DC표준에 늦은 데에는 낮은 전력 사용료도 있지만 관심 부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당장 시장이 열리지 않아 산업계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시장이 열린 후 대응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가정내 전력이 110V에서 220V로 올리는데 긴 시간이 소요됐다. 전력 인프라 교체가 우선이다”고 당장 대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한때 DC가전제품을 개발했으나 지금은 중단했다.

정부의 관심 부족도 요인으로 꼽힌다. 몇 개 정부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의 관심은 태부족한 실정이다.

조보형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2년 전부터 일본이나 미국이 DC 표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아직 결론이 난 것은 많지 않지만 정부를 중심으로 적극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직류와 교류 차이점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김준배·유창선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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