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이스라엘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웨이즈` 인수에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제안했다. 웨이즈를 인수하려고 애플과 페이스북이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구글이 더 좋은 조건으로 냉큼 차지하는 모양새다.
10일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웨이즈를 11억달러(약 1조233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11일 인수 사실을 발표할 전망이다.
웨이즈는 운전자에게 방향과 경로를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앱 기업이다. 교통 체증 정보와 경찰 위치, 속도 감지 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교통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세계 193개국 약 4700만명 사용자에게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높다.
구글의 계약은 애플과 페이스북의 잇따른 웨이즈 인수 시도를 따돌리는 한 수다. 웨이즈의 앱은 운전자들이 직접 제공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공유하는 소셜 서비스란 점에서 유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할 경우 막강한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
지도와 내비게이션 분야로 행보를 넓히는 페이스북의 웨이즈 인수를 구글이 앞장서 막은 이유다. 소셜 기능을 더한 구글 맵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시작한 페이스북과 웨이즈의 협상 도중 구글이 끼어들었다.
치열해진 인터넷 기업의 지도 전쟁 단면이다. 페이스북은 10억달러, 애플은 5억달러를 제시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지도 시장 우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구글은 인수 금액 외에 웨이즈의 여러 조건을 최대한 받아들였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구글은 웨이즈 임직원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사무실과 개발 센터를 최소 3년 이상 두는 조건에 동의했다. 노암 바딘 웨이즈 CEO와 웨이즈 브랜드도 유지한다. 매각 금액의 현금 지불 요구도 수용했다. 미국으로 회사를 옮기려 했던 페이스북과 달리 구글은 이스라엘 현지 근무조건에 동의했다. 방어가 큰 목적인 구글로선 가능한 선택이다.
미국 언론은 “구글이 지도 전쟁에서 경쟁자의 발목을 묶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언론 하아레츠도 “구글이 이미 스트리트뷰로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 페이스북이 웨이즈를 이용해 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브스에 따르면 이주 구글은 웨이즈에 대한 사전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계약의 구체적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 구글은 이 사안에 대해 공식 답변하지 않았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