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지식재산(IP)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도구다. 이 시스템이 창조경제를 움직인다는 원리다.
박근혜정부가 가수 싸이를 창조경제 모범 사례로 뽑았던 이유도 그렇다. 지금까지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았던 안무에 금전적 보상을 한 싸이는 춤이란 창의성에 대가를 지불했다.
기자가 존 호킨스 대표에게 `싸이는 창조경제 모델이 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그는 “예스(Yes)”라고 답했다. 그러나 IP에 대한 호킨스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에게 IP란 좀 더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이었다. 호킨스 대표는 “큰 틀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아이디어 주체가 보상을 원하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199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루이스 이그나로 미국 UCLA 교수는 `비아그라의 아버지`로 불린다. 일산화질소(NO)의 심혈관 기제를 밝혀내 비아그라를 만드는 연구의 기초를 닦은 과학자다. 글로벌 제약회사 파이저(Pfizer)가 비아그라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을 때 이그나로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IP화하지 못하고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그나로 교수는 대표적 창조경제 실패 사례가 되겠군요.”
기자가 호킨스 대표에게 질문했을 때 뜻밖에도 그의 대답은 `아니오(No)`였다. 그는 “내가 본 이그나로 교수 사례는 창조경제가 맞다”며 “다만 주체가 누구였는지 문제”라고 답했다.
호킨스 대표는 직접 이그나로 교수를 만나지 못했다. 그가 만났던 다른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연구 성과가 상업화되는 것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성취에 따른 보람 등 다른 보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노벨상 수상자는 자신의 발견을 모두가 공짜로 누리길 원했다. 호킨스 대표의 시각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원하는 보상이 반드시 재화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월드와이드웹 창시자 팀 버너스 리도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월드와이드웹은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될 만한 온라인 세계를 구축했다.
그렇다면 비아그라는 어떻게 창조경제로 설명할 수 있는가. 호킨스 대표는 창조경제에서는 파이저라는 주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주체가 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경우는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창조경제에 맞춘 변화를 일으킨 것”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경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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