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기관장 일부 교체설 현실화되나

정부출연연 기관장 일부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관장을 바꾸거나 정치적인 색깔을 빼기 위한 작업이 될 공산이 크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전화통화에서 “누누이 얘기했듯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출연연 기관장을 바꾸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제가 있는 기관은 기관장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해석하기에 따라선 사정설이 현실화될 여지를 남겼다.

일설에 따르면, 이번 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해외에서 돌아온 시점을 기준으로 조만간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관장과 낙하산 인사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 통보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모 감사를 끝으로 검토 작업은 모두 완료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정리될 것으로 예측됐다. 통보 시점만 남았다는 얘기다.

소문대로라면 작위적으로 기관장을 교체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고위 관계자 전언이다.

그에 따르면 항간에 떠돌던 소문이 정부 사정 의지와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뿐 정치적인 잣대를 갖고 작심하고 정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사정기관 등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한 얘기들이 소문을 타고 흘러다니며 출연연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했다”며 “사정기관 데이터를 근거로 당 일부에선 교체설을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지만 윗선에선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미래부 또한 지금까지는 아무런 지침이나 방향이 정해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장은 연구회 쪽을 포함해 6명 정도다.

일부선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내놨다.

미래부 장관이 ETRI 원장 출신인데다 과학기술계와 출연연 속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윗선에서 통보가 오더라도 어느 선까지는 막기 위해 애쓸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문기 장관 스스로도 “과거 정권처럼 출연연은 물론이고 기관장을 흔드는 일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최근 출연연이 스스로 칸막이를 없애려 노력하고 파견이나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마당에 기관장 블랙리스트가 돌아다니는 건 홀로 일어서려 노력하는 과학기술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칼을 뺄 거면 빨리 빼고, 아니면 아니라고 선언해 힘을 실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는 오는 9월 예정으로 통합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미래부 장관도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조만간 연구회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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