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사람이 홈페이지에 남긴 게시글이나 소유하고 있던 게임머니 및 선불전자화폐를 상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디지털유산을 상속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 상정이 예고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지난 3월 전격 휴먼계정 관리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국회, 포털 3사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유산 상속 방안이 올 하반기 인터넷 업계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박대해·유기준·김금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막혀 법제화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현행법에서는 본인 이외에 제3자가 양도를 받아 운영하거나, 사용하던 게임아이템을 넘겨받을 수 없다. 부모라 하더라도 먼저 세상을 뜬 자식의 이메일 또는 사진을 열어볼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한다면 이용자가 생전 블로그 등에 남긴 창작물은 저작재산권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데스스위치 같은 온라인 유산처리 서비스도 국내에 본격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실 정승민 비서관은 “디지털유산에 상속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재산 가치가 있는 것을 상속대상으로 보는 민법의 잣대를 적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이용자가 생전에 획득한 게임아이템, 작성한 게시물, 관리한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디지털유산으로 정의하고, 소유 및 관리권한을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용자가 사망하기 전에 디지털유산의 처리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지정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가 지정한 처리방법에 따라 디지털유산을 처리하도록 했다.
상속의 범위는 민법의 상속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되, 구체적인 것은 시행령·시행규칙에서 명확하게 할 예정이다.
현행법은 본인 이외 제3자에게 사망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려는 때에는 반드시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망자의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을 유족들이 추모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해도 법적 허락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고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이어갈 수 있고,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늦었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는 법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고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 “생전에 이용자가 지정한 사람에게 디지털유산이 상속되도록 하고, 망자(피상속인)가 노출을 꺼리는 것은 상속인을 지정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해법을 소개했다.
사자의 디지털유산 관리 관련 개정 발의안 비교
자료:국회 자료 취합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