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진격의 거인

이러면 반칙이다. TV 애니메이션이라면 그저 심심풀이 땅콩 삼아, 바쁠 땐 한 두 회 쯤 건너 띄어도 괜찮아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웬걸, 한번 보면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진격의 거인` 얘기다. 이 작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인과 인간의 사투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다. 중층적이고 치밀한 서사구조에 입체기동장치를 이용한 `조사병단`의 전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멜로의 애잔함까지 절묘하게 버무렸다.

진격의 거인은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핫`한 단어다. 네이버 TV 만화 일간 검색어에서 뽀로로, 스폰지밥, 포켓몬스터 같은 `한미일 국가대표급` 애니메이션을 단숨에 제압했다. 일본에서만 누적 발행부수 1200만부를 돌파한 만화가 원작이다(국내선 학산문화사에서 10권까지 발행). 일본 방송사 MBS가 제작해 국내 케이블 채널 등에서 방영 중이다. 내년엔 영화도 만든다.

극중 거인이 활개를 치는 세상은 현실 세계의 약육강식에 대한 은유다. 거인의 등장에 주변부 빈민들은 전장에 내몰린다. 이 대목에서 일본 군국주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패배주의에 찌든 일본인에게 군대를 보유하고 밖으로 나가자는 메시지도 끊임없이 전달한다. 아베정권하 극우 정치인이 오버랩 된다.

한편으론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경고한 현대사회의 위기와 사람들의 공포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선 거인의 정체를 놓고 입씨름이 한창이다. 영화 `혹성탈출`처럼 인간의 원죄에 의해 생긴 것은 아닐까? 어쨌든 거인은 핵무기처럼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치명적 존재다. 거인의 위협은 점점 오염되는 대기이며 구멍 난 오존층이자 녹고 있는 북극해 빙하다.

원작 만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작가만이 안다. 분명한 것은 거인이 몰고 오는 위험은 광범위하고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순식간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진격의 거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위험사회의 변주곡이다.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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