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창업한다"

금요일 오후 2시, 창업을 희망하는 40명 학생들이 대학 강당으로 모인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엔젤투자자, 교수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프리젠테이션을 펼친다. 다음날 자문단의 평가와 조언을 기반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프로토타입(시제품)까지 내놓는다. 일요일 저녁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 모델을 발표하고 펀딩을 받는다. 이 모든게 3일 만에 가능하다. 미국 비영리재단 `3DayStartup(이하 3DS)`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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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S는 지난 2008년 미국 오스틴 텍사스주립대학에서 발족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MIT 등으로 확산되면서 현재 유럽, 남미, 중동,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약 70여개 유수의 대학들이 3DS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간은 고작 3일이다. 하지만 3DS 측에서 지원서를 미리 받아 약 3개월 전부터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를 기반으로 비슷한 아이디어를 보유하거나 필요한 기술을 갖춘 엔지니어끼리 묶어 5명씩 8개 그룹을 조직한다.

3DS 프로그램의 가치는 숫자를 통해 증명된다.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트업이 받은 총 펀딩 자금 규모는 3억9000만달러에 달한다. 2010년 당시 5개 프로그램만 운영되던 것이 2년 만에 10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운영한 프로그램만 55개다. Y콤비네이터 등 실리콘밸리 유수 엑셀러레이터에 발탁된 업체 역시 21개에 달한다. 페이스북에서 스터디그룹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훗닷미(hoot.me) 등이 대표적인 3DS 출신이다.

◇인터뷰/ 캠 하우저 3DS 대표

“실패를 두려워하는 창업 문화에서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육성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모릅니다. 무조건 실행에 옮겨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빠르고 강한 성공 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캠 하우저 3DS 대표는 지난 24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학생 창업 성공 요건으로 `빠른 실행력`을 꼽았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은 많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사업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Stop thingking, just do it)”고 반복해 말했다.

그러면서 3DS가 가지고 있는 특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경험이 일천한 학생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바로 선배들의 멘토링”이라며 “3DS는 산·학·연 각계에 종사하는 멘토들을 모아놓고 집중적으로 조언하기 때문에 최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창업 열풍`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방콕,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스타트업 열기가 대단하다”며 “한국 대학에서도 3DS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고 창업 토양을 굳건히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한국을 다시 찾아 대학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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