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에만 투자하는 `외국인` 엔젤투자클럽이 만들어진다. 그동안 해외 엔젤이 직접 투자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별도 투자클럽을 결성해 한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토종` 스타트업 경쟁력에 기대감이 커지면서 `우수 투자처`가 늘고 있는데다 정부 지원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엔젤투자협회에 따르면 교포 등 해외 국적을 가진 20여명 멤버가 엔젤클럽을 결성해 이달 회원으로 등록한다. 이들은 단순히 `자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지식과 투자 경험이 풍부한 전문 엔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젤클럽 회원 중 한 명은 “개인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클럽을 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외파` 엔젤클럽이 결성되면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들은 자국은 물론이고 협회 지원으로 인해 두 나라 제반 사정에 밝아 적시에 컨설팅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화를 고민해야 하는 지금에 적합한 투자자인 것. 게다가 국가 간 엔젤 네트워크 구축으로 제3국 시장 진출도 도울 수 있다. 업계는 부족한 초기 단계 투자 자금을 충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중소기업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벤처 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해외 동포가 국내 스타트업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면 국내 엔젤투자자와 동일하게 엔젤 매칭 펀드에서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그만큼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것. 게다가 엔젤투자 소득공제 비율을 50%로 확대한 것도 클럽 결성에 힘을 실어줬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실리콘밸리 투자 대부분이 엔젤클럽이 중심인 데 비해 한국은 아직 엔젤투자가 300억원에 불과해 활성화가 미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기업가들이 클럽을 결성해 투자를 결심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많은 엔젤클럽이 생겨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기를 띨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