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미래연구원 원장 "좀비 벤처 기업 막아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은 기술금융이 활성화되려면 정부가 아니라 시장 주도로 기술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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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창조경제와 기술금융` 주제 강연에서 “정부 육성 정책으로 벤처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할 수 있었지만, 시장이 아닌 정부가 주도·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탓에 시장이 벤처기업 기술의 시장가치를 자발적으로 평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기술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기능을 키우지 못하면, 내실이 튼튼하지 못한 벤처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가 `좀비기업`을 만들 수 있다”며 “이는 배수구가 막힌 저수지에 물을 쏟아 붓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김 원장은 기술의 경제적 가치평가가 이뤄지려면 전문 인력과 기업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절대 규모를 늘리더라도 전문 인력과 기업이 갖춰지지 않으면 현재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기술 시장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지식재산권의 개발과 사업화뿐만 아니라 투자금 회수를 위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스라엘 요즈마펀드 예를 들며 한 번 창업했다가 실패해도 재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요즈마펀드는 기술에 대한 시장평가 기능을 갖고 있다”며 “벤처기업이 망해도 기술의 시장 가치는 살아있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창업투자회사가 중소·벤처기업이 만들어지는 초기단계에 투자하는 비중은 10%에 그치고, 대부분 이미 성장단계에 접어든 기업에 투자한다”며 “기술에 대한 시장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아 시장이 자신감을 잃은 상태”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현재 중소·벤처기업의 투자가 성장·성숙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본연의 창업지원 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기술금융은 86%가량이 기술보증과 정책자금 융자 등 간접금융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혁신형 창업기업에 대한 가장 적절한 지원방식은 직접금융 방식의 벤처캐피탈 투자”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꺼리는 초기 단계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은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정책기관은 창업 초기단계에 집중해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민간기관은 성장단계 이후에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책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령 산업기술진흥원과 같은 R&D 지원기관과 한국모태펀드를 연계하거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정책금융기관과 한국모태펀드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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