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정책은 생물(生物)?

쉽지 않다. 애썼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현장에서는 갈등이 심화되고 어르신들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누군가는 부적절한 언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결과가 나쁘면 누군가 또 옷을 벗을지 모른다. 밀양 송전탑 사태 얘기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민이 많다. 한 직원은 답답한 나머지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기자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기자인들 뾰족한 수가 있겠나. 애초에 송전탑 설치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발전소 건설 정책을 펼쳤어야 한다는 말을 해보지만 지금은 소용없는 말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게 정부의 정책이다. 실타래 풀리듯이 술술 풀리는 정책을 만들기란 어렵다.

과천 산업부 청사에서 뿌리산업을 담당하는 공무원 A를 만났다. 주조·금형 등 제조업 품질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잘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수없이 많지만 땅 밑에 있으니 눈에 띄지 않는다. 거대한 뿌리에 붙어있는 수많은 잔뿌리처럼 회사 규모도 작다.

A와 얘기를 나누던 중 뿌리산업 정책이 지난해와 연초 발표됐으니 당분간 할 일이 없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농담 삼아 던진 말에 돌아온 것은 “정책은 생물”이라는 진지한 답변이다. 정책은 살아있는 것이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가다듬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A 앞에서는 별거 아닌 듯 돌아섰지만 퇴근 길 자꾸 A의 말이 맴돌았다. 공무원들이 정책이나 법을 새로 만들면 신생아가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는 얘기도 떠올랐다.

밀양 문제 해법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억지로 모든 것을 정책에 끼워 넣으려 해봤자 답이 안 나온다. 죽은 듯 제자리에 붙어있는 정책 앞에 무조건 모이라고 하면 모이던 시대는 지났다. 정책을 이리저리로 움직이고 이리저리 꿰맞춰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해야 한다. 정책은 생물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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