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도 소비자도 모르는 국제전화 사기 “100건 중 5건은 오과금”

국제전화 연결사업자가 통신사와 소비자 몰래 청구하는 오과금 사기가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전화 100건 중 최소 5건은 잘못된 과금을 의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한편 통신사와 정부가 더욱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통신솔루션 업체 메우치(Meucci) 조사에 따르면 국내 모 통신사를 경유하는 국제전화 중 약 5%가 `FA(False Answer, 잘못된 응답)` 범주에 든 것으로 파악됐다.

FA는 국제전화에서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에 위치한 통신사나 연결사업자가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통화를 연결하지 않는 방식의 사기전화다. 주로 해외 연결사업자가 성사되지 않은 통화도 마치 통화한 것처럼 꾸며 수·발신 통신사 교환기에 연결신호를 보내 과금을 하는 것이다. FA는 주로 소규모 사업자, 개도국 사업자와 연결 시 문제가 발생했다.

FA가 아예 통화를 연결시키지 않고 요금정산을 요청한다면 연결 전부터 과금을 시작하거나(early answer), 통화 종료 후에도 몇 초간 신호를 잡아놓고 과금하는(Late disconnect) 등의 사기 과금이나 오과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FA를 비롯한 이들 사기전화는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몇십 초 동안만 과금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통화 연결 전 미리 과금하거나 통화 종료 후에도 과금하는 것은 통화 내역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며 “이 같은 맹점을 악용한 오과금 사기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KT는 이 때문에 작년 가을 개인·기업이 발생시키는 국제사기 전화 형태의 비중을 종합적으로 검출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온세통신 등 다른 국제전화 사업자도 중간 연결사업자가 야기하는 사기전화 비중이 비슷할 것”이라며 “이런 행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사후 검출을 실시해 근거를 마련하고 해당 악성 사업자에 재정산을 요구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세통신은 지난 2008년 소비자로부터 연결되지 않은 국제전화가 98원씩 여러 번 과금이 된 내역이 발견돼 시정을 요구받았다.

개별 소비자의 피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무심코 넘어가기 쉽지만 국제전화 연간 이용규모를 감안하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국내 국제전화 시장은 약 8600억원(매출 기준) 규모다.

홍장식 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국제전화 시장의 1%만 오과금으로 발생해도 100억원 가까운 피해액”이라며 “지금은 정부든, 통신사든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제전화 사기방식 유형과 피해

출처: 메우치, 시고스, 업계 종합

통신사도 소비자도 모르는 국제전화 사기 “100건 중 5건은 오과금”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