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 때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내도록 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국회까지 통과했음에도 산업계 반발이 계속된다. 후속 법령 제정 시 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더 큰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산업계 우려는 어제 4개 정부 부처 장관과 경제단체장간 회의에서 고스란히 나왔다. 정부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오해를 해소하고자 만든 자리다. 경제단체장들은 법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징금이 과도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 내는 영업이익이 한자리수인 상황에서 지나친 과징금이 자칫 기업 파산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엔 그렇다. 영업이익이 매출액 5%에도 못 미치는 중소기업이 유출 사고를 내면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직원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까지 인명 피해를 줄 유출사고를 내는 기업엔 민·형사상 처벌이 있어야 한다. 기업들도 강한 처벌로 사고를 예방하자는 법 취지를 이해한다. 하지만 지나친 징벌이 기업들로 하여금 딴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게 문제다.
회사 존폐가 걸린 과징금이 두려워 사고가 나면 신속히 신고하고 처리하기 보다는 은폐부터 할 수 있다. 심지어 사업장을 해외로 옮겨야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묻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유해물질 규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덜한 동남아 국가로 옮기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그릇된 태도를 옹호할 뜻은 전혀 없다.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로 현장에선 과징금 공포가 심각하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는 알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도 이를 미리 알 수 있었다. 입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조금만 청취했어도 산업계의 반발이 이렇게 크지 않았다. 정부는 간담회에서 시행령 등 후속 법령 제정에 산업계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말을 입법 전에 했어야 옳았다.
아무리 예방 노력을 많이 해도 유해물질 유출 사고를 100% 막을 수 없다.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신속한 처리를 통한 피해 최소화다. 기업들도 예방 활동 투자와 함께 신속한 처리 체계 구축에 더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 대한 동기 부여도 없이 정부가 과도한 징벌만 고집하면 뜻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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