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에 빛나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미래를 건 여정이 시작됐다. 목표 지점은 대면적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지난해 CES 전시회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5인치 AM OLED TV를 공개한 이후 이 전략은 확고하게 유지돼왔다. 벌써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아주 간단한 기술 규격을 제외하고 패널 업체들의 전략은 거의 비밀에 부쳐졌다. 기술 유출 우려보다는 확신이 부족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분명 초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제 와서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후발 주자 밖에 될 수 없다는 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는 지나친 `신비주의`가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주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속시원한 기조연설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평소 어떤 질문에도 `함구`로 일관했던 삼성디스플레이 모습과는 다른 면이었다.
기판 기술은 대면적에서도 저온폴리실리콘(LTPS)를 고수하겠다든지, 여전히 넘어서지 못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들은 베일에 가려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략을 드러내줬다.
삼성이 진정 업계 리더라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아니라 업계에 명확한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 때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점도 드러내놓고 다수의 지혜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
삼성이 변했다는 뜻은 아니다. 전시장에서 신기술은 고사하고 양산품으로만 채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래도 기조연설만큼은 리더다운 모습을 본 느낌이었다.
어려움이 있다면, 때로는 이 문제점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협력 업체나 학계의 조언을 받기도 해야 한다. 과거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와 PDP의 경쟁이 한창일 때, 후발 주자였던 LCD 진영은 그 취약점을 숨김없이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숱한 문제를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LCD 업체들이 세계 전문가들과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았던 역사를 다시 되새겨 봄직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