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창조경제, 일자리, 그리고 외국인투자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달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정책협의회를 통해 창조경제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라고 말했다. 융합의 시대에 산업 총괄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후 산업부는 환경부, 중기청 등과도 융합행정을 이끌 수 있는 협의회를 발 빠르게 만들어내는 등 진정성과 적극성이 돋보이는 후속 행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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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산업융합이 산업계의 화두가 된지 오래지만 창조경제의 또 다른 주역인 대학과 정부는 융합엔 뒷전이고 자기 영역 지키기에 바빴다. 융합학문 수요에도 불구하고 내 학과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대학, 범정부 융합정책 보다는 자기부처의 권한확대에 몰두한 부처 이기주의가 문제였다.

이제 고질적인 칸막이 현상이 고쳐지려나 기대감을 갖게 된다.

창조에는 융합이 필수다. 그 결과물로 새로운 부가가치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식의 창조경제 뜻풀이는 그만두고 정해진 과제부터 실행해야한다. 창조경제가 대세라고 해서 단기성과에 집착하거나 `창조`로 포장한 과제들을 경쟁적으로 쏟아 내는 것도 우려된다. 정부는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프라 조성에 역점을 둬야한다. 지원도 필요하지만 규제 혁파와 민영화가 우선과제다. 투자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내외국인을 구별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직접 외투기업들을 만나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산업부는 `외투기업 과천출장소`임을 자처하면서 투자자를 일일이 찾아 나서고 있다. 정부의 다른 기관들도 이에 호응해 차별만이라도 일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멘스는 최근 신규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발전소 프로젝트의 수주 설계·구매·건설 프로젝트관리 시운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규제완화 등 우리 정부의 기업환경 개선방침, 자유무역협정 등 개방화 정책, 파트너인 국내 건설업체(EPC)의 역량,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이에 따른 국내 구매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한국에 거점을 두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우리 산업분류표에는 나와 있지 않다. 기술과 산업의 융합으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계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는 몇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이 회사는 독일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출범하게 될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가운데 외국인 전문가를 가장 많이 유치하는 사례이며 최단기간 내에 국내에 기술을 전수하게 될 것이다. 셋째, 본사 기능 일부와 아시아 전역을 관장하는 최대 규모의 지역본부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 줄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투자금액을 주된 지표로 사용해왔다. 새 정부는 창조경제 관점에서 다양한 효과를 측정할 계획이라 한다. 매우 바람직하다. 지멘스의 신규투자를 예로 들면 투자금액도 크지만 외국인 최고전문가를 대거 유치해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는 무형의 효과가 더 크다. 투자로 인한 직접 고용효과보다 한국제품 구매와 수출 증가로 발생하는 국내기업 부가가치와 2차 고용창출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다. 선진 기업문화가 들어오고 한국문화와 융합을 이루게 된다. 지멘스 에너지 솔루션은 독일의 철저함과 도덕성, 한국의 속도와 협업의 문화를 융합해 세계 최고의 위상을 갖추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올해 한·독 수교 130주년이자 독일 광부·간호원 파견 50주년이다. 지멘스가 양국 간 협력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융합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 창출로 창조경제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 jongkap.kim@siem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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