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유해법)의 합리적 보완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법 통과 과정에서 업계 의견 수렴이 부족했고 현 수준(최고 5%)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기업이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업계에선 공장 해외이전도 불사하겠다는 소리가 들린다.
26일 경제계는 세부 기준을 담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해 반영토록 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단적으로 `매출액의 최고 5%`인 과징금 부과 기준을 시행령에서 세분화하며 낮출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경제계는 구체적으로 2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정부-경제 5단체 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우선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환경부의 시행령 개정작업 착수 이전에 업계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전경련 회원사뿐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 등 범경제계 의견을 수렴해 제시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법 시행 시기가 2015년이란 점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행령 개정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연내 작업 착수가 확실한 만큼 재계는 그 이전에 의견을 낼 계획이다.
전경련은 이번 주 업계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 의견은 업계가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제시하게 되며 필요하면 세미나 또는 설명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전경련은 2015년 시행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업계가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규제 정도의 심각성 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용이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는 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경련은 논란의 중심인 `매출액 기준 5% 이하`란 과징금 부과기준을 대폭 낮추는 데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미 기준을 `%`로 정해야 한다면 경미한 사고는 0.5%보다도 낮게 책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과정에 신설된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처벌 규정에는 명확한 방향을 잡지 않았다. 선의의 기업에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개정법에서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로 인한 화학사고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 3년 이상의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환경규제정책 합리화 대책단 회의체`를 통해 기업 의견수렴 작업에 착수했다. 상의 관계자는 “마지막에 기준이 낮아졌다지만 모든 기업이 과도하다고 말한다”며 “특히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이들 기업은 전담인력도 없고 법률 이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의는 또한 법 개정과정이 너무 급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등과 중복되는 부분이 다수 발견돼 `이중 규제`에 대한 대책 강구도 요청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 실상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한 번의 실수로 폐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혹은 `고의성이 없는데 너무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정부는 무조건 강제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설비시설 교체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주요 내용

홍기범·김준배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