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이 시작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조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영국 정부의 세금 회피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IT기업의 세금 공방이 잦아들지 않고 2라운드에 접어들 전망이다.

23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왓포드에서 열린 구글 빅텐트 콘퍼런스에 참가한 슈미트 회장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조세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리적인 조세제도는 예상 가능한 것이지 상황에 따라 기준이 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조세제도 변화로 영국에서 구글 세금이 두세 배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구글이 영국에서 탈세를 하고 있다며 법인세를 정확히 내야한다고 지적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주장 이후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탈세 논란에 대해 슈미트 회장은 “다른 기업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는데 왜 구글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에 진출한 영국 기업도 구글과 같은 방식으로 세금을 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세금 정보와 정책이 투명하게 공개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구글은 이 문제에 대해 언제든 대화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안드로이드와 iOS로 치열한 경쟁 관계인 구글과 애플은 세금 회피 논란에선 한목소리를 냈다. 역외 탈세 협의로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팀 쿡 CEO는 “내야 할 세금은 다 냈다”며 오히려 법인 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쿡 CEO는 “세율을 낮추지 않으면 역외 자금을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미 의회를 압박했다.
애플과 구글 두 수장이 세금 회피 의혹을 부인하며 조세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정치권 분위기는 쉽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아마존과 스타벅스도 탈세 혐의가 드러나 분위기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선 영국을 중심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애드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당수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구글과 애플 등의 행태는 2008년 천문학적 구제 금융을 받고도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 미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와 같다”며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그들의 슬로건과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EU)에 분명한 제재를 요구할 것”이라며 “다음 주 열리는 G8 정상회담에서 탈세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