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국 비테이브 대표는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을 거쳐 와튼에 입학,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을 할 때까지도 실패라는 것을 몰랐다. 실리콘밸리 인턴 경험을 살려 2011년 한국에서 `소셜클래스` 서비스를 론칭했지만 5개월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김 대표는 “소셜미디어라는 것이 익숙한 개념이 아니었던 한국 시장에 대해 무지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대로 좌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한 번 서비스에 실패한 김 대표에 선뜻 투자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지금껏 함께 동고동락한 `팀워크`와 탄탄한 `기술력`이 있었기에 재도전이 가능했다”며 “이런 선순환을 위해서는 기업의 빚이 개인의 빚이 되지 않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패자부활`에 성공한 기업이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가의 평균 창업 횟수는 2.8회에 달하지만 그간 우리나라 창업 도전 기회는 한 번에 불과하다. 기술과 아이디어의 사업화 과정에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불리는 초기 기간을 견딜만한 법적, 재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실패해도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목숨걸고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창업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대보증 문제 해결과 더불어 엔젤투자 확산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재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들도 속속 나온다. 연인만을 위한 앱 `비트윈`을 서비스 중인 박재욱 VCNC의 대표는 각 언론사 뉴스를 모아서 보여주는 `뉴스갤러리`를 시작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후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한 끝에 지난해 커플끼리 사용하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비트윈`을 만들었고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3곳의 VC에게 투자를 받았다.
박 대표는 “뉴스갤러리는 신생 업체다보니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사업을 계속 하고자하는 의지와 아이디어로 정면 돌파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쿠폰잇수다`라는 소셜커머스 쿠폰 추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케이큐브벤처스에서 투자를 받고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추천 엔진 `핀셋`을 개발, 이용자의 영화 취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주는 똑똑한 서비스 `왓챠`를 만들었다. 네이버 영화 서비스가 수년간 누적해 온 평가 수를 갑절 가까이 앞지르며 승승장구 중이다. 박 대표는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환 애드라떼 대표도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소셜커머스와 사회적 책임기업 등으로 두 번의 실패를 맛봤지만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이용해 광고를 보면 적립금을 주는 앱 `애드라떼`로 우뚝 일어섰다. 현재 앱디스코는 애드라떼 모델로 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초 KT에 엔써즈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김길연 대표, 인텔이 인수한 올라웍스 류중희 대표도 실패를 통해 성공 신화를 다시 쓴 대표적 인물이다.
[표] 패자부활에 성공한 업체들과 서비스 변화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