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제품 관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LCD를 국가 주력 산업으로 키우려는 정책적 조치로 풀이된다. 뚜렷한 실적 호조를 보이는 중국 LCD 업계가 탄력을 받는 대신 우리나라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20일 EEPW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현 5%에서 3~5%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난해 4월 3%에서 5%로 올린 뒤 1년여 만에 최대 두 배 인상하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정책이다. 중국 공업신식화부(MIIT)는 IT 12.5(12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2015년까지 자국 생산 TV의 LCD 패널 80%를 자체 수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잡았다. 이는 시장조사기관이 예측하는 2015년 21%보다 한참 앞선 수치다.
우리나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중국 현지 패널 공장을 짓는 중이다. 지금은 전량 국내에서 만들어 중국에 공급하기 때문에 관세 인상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된다. 반대로 중국 LCD 업계는 반사이익을 얻는다.
신징바오 등 중국 매체는 “지난해 관세 조정 후 LCD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관세 추가 인상이 양국 LCD 업계의 명암을 가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LCD 업계는 실적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진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BOE와 CSOT는 두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TCL그룹의 1분기 순익은 3억400만 위안(약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7배 증가했다.
업체마다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TCL은 지난해 4분기 자사가 세계 최대 32인치 패널 공급업체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왕둥성 BOE 회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모델로 가고 있는 우리가 5년 내 산업 선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