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융합

“언젠간 사고 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이리 크게 칠 줄 몰랐다.”

과천 관가가 `윤창중 사태`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다. 이는 `늘공`이 `어공`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늘공은 `늘상 공무원`이라 해서 고시 등 각급 공무원 채용시험을 통해 정식 선발된 정통 관료를 뜻한다.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이라는 의미로 대선 등 각종 선거 직후 관직에 입성한 별정직을 칭한다. 윤 전 대변인이 대표적 케이스다.

윤창중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인사검증 시스템을 더욱 깐깐하게 할 모양이다. 일견 당연한 듯 보이나 한편으론 우려되는 구석이 없지 않다. 엄혹한 잣대의 기준은 결국 창조보다는 안일로, 혁신보다는 현상유지로, 개성이나 전문성보다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방향으로 회귀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담하지만 이러한 기준이라면 열에 여덟·아홉은 늘공이 될 확률이 높다. `최소한 사고는 안치잖나`라고 한다면 더 논할 가치는 없다.

미래부는 현재 우정사업본부장과 중앙과학관장 등 개방형 고위직을 일반에 공개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어느 실장급 공무원이, 청와대 어떤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돈다.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공모 이면의 `뻔뻔함` 쯤은 문제 삼지도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이 “지금(정권 초기) 아니면 기회 없다”며 의지를 불태웠던 출연연구기관의 융합(통·폐합) 문제 역시, 출연연 출신 장관 덕분에 물 건너가는 눈치다.

융합? 난제다. 미래부 기자단조차 현재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로 사실상 양분돼 있지않은가. 어쩌면 융합이라는 것도 자리에 연연하는 관료사회가 만들어 놓은 신기루일 뿐, 당장 먹고살기 빠듯한 일반 국민들에게는 관심권 밖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과천 청사 입주를 환영합니다.” 과천 인근 상인들이 없는 돈에 십시일반 내걸었다는 청사 앞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인다. 융합의 출발선은 어디인가. 융합의 진정성을 묻고 싶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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