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과학자 평가, 학술지 임팩트 팩터 보다 연구 논문의 질로 평가해야"

세계 과학계 유력 인사가 학술지의 `임팩트 팩터(Journal Impact Factor)`로 연구 수준을 평가하는 관행을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해 과학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선언문에는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회장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의 편집장 등 과학계 유력 인사와 단체가 대거 서명했다. 국내 과학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폴 너스 영국 왕립학회장, 브루스 앨버츠 사이언스 편집장 등 세계 과학계 유력인사 155명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미국국립과학회보(PNAS), 미국 세포생물학회(ASCB) 등 78개 기관·단체·학술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평가에 관한 샌프란시스코 선언`(San Francisco Declaration on Research Assessment)을 발표했다.

선언은 작년 12월 ASCB의 연례회의를 계기로 추진된 것으로, 이달 16일 서명 발표 이후 추가 서명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일 기준 서명자 수는 개인 397명, 기관 87개다. ASCB는 온라인(am.ascb.org/dora/)으로도 추가 서명을 받고 있다.

선언 서명자들은 “과학자 개인 기여를 평가하거나 채용, 승진, 연구비 배정 결정 등을 내릴 때 저널 임팩트 팩터와 같은 저널 기반 수치를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논문과 연구의 질을 평가해야지 임팩트 팩터와 같은 수치로 논문 자체에 관한 평가를 대신하는 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언 서명자는 저널 임팩트 팩터를 비롯한 계량화된 수치가 과학자 개인이나 기관의 연구 성과 수준과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오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한 어조로 개탄했다.

특히 톰슨-로이터가 계산해 발표하는 저널 임팩트 팩터의 경우 원래 도서관 사서가 어떤 학술지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된 것이며 논문의 과학적 질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고 서명자들은 강조했다. 게다가 저널 임팩트 팩터는 △저널 내에서 인용 빈도 분포가 매우 치우쳐 있음 △분야에 따라 임팩트 팩터의 성질이 다름 △1차 연구 논문과 리뷰가 섞여 있음 △학술지의 편집 방침에 따라 조작이 가능함 △산출에 쓰이는 데이터가 투명하지 않고 일반에 공개되지도 않음 등 심각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임팩트 팩터(IF)= 연구 가치를 매기는 점수를 말한다. 인용지수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IF가 가장 높은 저널은 `임상의학의를 위한 암 저널`(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로 IF가 101.78다. 2위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의 53.298다. 네이처는 36.28, 셀은 32.403, 사이언스는 31.201다. 반면 한국에서 발행되는 SCI급 저널들은 모두 IF가 낮다. SCI에 등재된 75편 중 IF가 가장 높은 저널은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지로 2.481에 불과하다. 나머지 40여개 저널은 0점대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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