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소형가전 진출 확대, 공정거래 환경 갖춰야 `입모아`

제습기, 에어프라이어, 침구살균청소기 등 최근 특화기능을 앞세운 소형가전 시장에 대기업의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기업 참여로 인한 소형가전의 보급 확대라는 긍정적 의견이 있는 한편 중소·중견기업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본격적 여름철을 맞아 국내에서 제습기를 판매하는 업체는 약 10여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중견기업 위닉스의 제습기를 선두로 LG전자, 삼성전자, 위니아만도, 쿠쿠전자 등이 뒤를 이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공청소기 시장의 10분의 1 수준의 `틈새시장`으로 분류됐던 침구살균청소기에 대한 접근도 달라졌다. LG전자는 2013년 신형 침구살균청소기를 출시하면서 기존 `앨리스`라는 이름 대신에 `침구킹`이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 LG전자의 대표 청소제품군이었던 진공청소기 `싸이킹`, 로봇청소기 `로보킹`과 통일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에어프라이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1년 필립스전자가 기름 없이 뜨거운 열풍을 이용해 튀김요리를 만드는 에어프라이어를 소개한 뒤 이 시장은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뛰어든 주방가전의 격전지가 됐다. 한경희생활과학이 `바삭`을 내놓은데 이어 LG전자, 삼성전자, 동부대우전자까지 튀김에 특화된 복합오븐제품을 선보였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백색가전을 주력으로 삼던 대기업이 잇달아 소형가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업계는 틈새제품이 필수가전으로 보급되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바라봤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최대용량·최고옵션 등 프리미엄 경쟁으로 인해 미처 신경쓰지 못한 소비자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해 가전제품을 대용량 위주로 경쟁적으로 키운 면이 없지 않다”며 “내부에서도 좁은 실내공간 및 소비변화를 고려한 중저가 제품군을 늘려야 한다는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중소 가전업계는 소형가전 시장의 대기업의 진출을 두고 공정거래 환경을 위한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중소기업의 주력 먹거리 시장이면서, 대기업은 디지털프라자나 베스트샵 등 자사 유통망을 통한 보급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특화제품의 경우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선점효과가 있다”며 “소비자도 대기업 제품이라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이 커지고 라인업이 다양한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 제품은 자사 제품이나 카드 등과 활발한 연계 프로모션이나 구매 혜택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중소·중견기업 제품도 기능면에서는 대기업 제품과 겨뤄도 손색이 없다”며 “제품 본래의 가치를 낮추는 끼워팔기나 밀어주기 등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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