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책임형 전기공사관리(CM)제도가 발주처의 외면으로 자칫 사문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M은 해당분야 전문업체가 발주처를 대신해 공사 기획·설계·시공 등의 공정을 책임지는 용역이다.
20일 전기공사 업계에 따르면 전기공사관리제도가 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실제 발주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건설공사와 통합돼 발주된다. 전기공사업법에는 전기공사와 전기CM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및 건설사업관리(CM)와 분리 발주토록 하고 있다.
발주처가 전기CM을 분리 발주하지 않는 것은 건설 업계에서 건설사업관리(CM)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굳이 전기CM을 분리해 발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발주처에서 법을 어긴다 해도 수백억원짜리 공사 규모의 벌금은 최대 500만원이다. 이렇다보니 민간 건설공사는 대부분 통합 발주되고 공공기관에서도 세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따로 발주하지 않는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전기공사 업계 관계자는 “전기공사는 정보통신·소방공사 등과 함께 전문성을 인정받은 시공 분야”라며 “건설CM에 통합 발주되면 전기공사는 하도급으로 전락해 안전한 시공보다는 가격경쟁으로 부실공사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주처가 전기CM 제도 자체를 모르는 사례도 있다. 전기공사 업체 대부분에서도 CM을 서비스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건설CM 도입에 대응하려 서둘러 제도부터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한수 세종대학교 교수는 “공사 전체를 총괄하는 CM 특성상 대형 업체만 서비스할 수 있어 업계 내 양극화 우려가 있다”며 “필요성을 홍보하고 전기CM 서비스 역량을 키우는 등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