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90% 줄여…63년 만에 해체 선언
파나소닉이 산요 해체를 선언했다. 전성기에는 매출 20조원을 웃돌던 일본의 대표 전자 기업 중 하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향후 3년 내에 현재 2500명 수준인 자회사 산요의 인원을 90% 정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올해 내에 산요 본사 직원 1000여명을 전환배치와 조기퇴직으로 줄인다. 돗토리 현에 있는 자회사 산요테크노솔루션은 매각하고 북미 TV사업은 계열 분리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1950년 설립한 산요가 63년 만에 없어지는 수순을 밟는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8년 결정한 파나소닉의 산요 인수는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바라봤다. 산요의 핵심 자산이던 리튬이온전지 등 에너지 사업은 파나소닉이 인수한 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7000억엔(약 7조7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산요 인수 발표회장에서 오쓰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은 “미래 성장 엔진을 위해 산요와 손잡는다”고 말했다. 당시 산요는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 4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인수 발표 직전에 터진 리먼 사태로 양사의 실적은 악화됐다. 한국 기업의 맹추격에 엔고 현상이 겹치면서 리튬이온전지 시장의 강세도 꺾였다. 파나소닉이 산요 인수에 쓴 돈은 8000억엔(약 8조8000억원) 수준이다. 산요 기업 가치 하락으로 5000억엔(약 5조5000억원)이 없어졌다. 여기에 이번 인력 구조조정 비용까지 더해지면 산요 인수 자금이 전부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나소닉은 올해 500억엔(약 5500억원) 이익 목표를 세웠다. 성공하면 3년 만의 흑자 전환이다. 자동차와 주택을 돌파구로 잡았지만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요를 해체해 고정비용을 줄여 흑자 전망을 밝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