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두 자가 합쳐 질 때 한 쪽이 뜻을 의미하면 다른 한 쪽은 독음을 나타낸다. 어떨 때는 전혀 다른 뜻과 독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산업이 만나면 산업 경계가 허물질 때도 있고 전혀 다른 산업영역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박근혜정부 들어 산업 간 융복합이 더욱 활기를 띤다. 융복합이 새로운 산업영역을 만들어 내는 것은 좋지만 단일 기술이나 산업에 맞춰 만들어진 기존 규제 틀이 신개념 융합 제품과 서비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특히 의료·바이오분야와 기존 산업이 결합했을 때 정부 지원이나 규제기준 적용이 모호해 애를 먹는 일이 많다. 입기만 해도 심박수와 혈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옷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섬유가 결합한 대표적인 융합제품이다. 하지만 일반 의류제품인지 의료(보조)기기인지 명확한 분류기준이 없어 AS나 품질보증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휴대폰에 혈당측정과 투약관리 기능을 결합한 당뇨폰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은 2004년 개발당시 의료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돼 각종 인허가 부담과 유통확대 제한 등으로 사업화가 지연되기도 했다. 당뇨폰은 2007년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대상에 제외되기는 했지만 사업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기업이 소비자 요구를 재빨리 파악해 상품·서비스화에 나서지만 해당 규정 등의 정비가 늦어 제품을 출시하는 데 장애요인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규제가 융합 신시장 창출과 융합 산업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서는 안 된다.
정부가 산업융합을 저해하는 규제와 애로사항을 발굴해 개선하기 위해 `산업융합 규제 개선 및 애로 해결 추진단`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급변하는 융합 산업화에 맞춰 규제방식을 선진화해 융합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추진단 운영은 일시적인 이벤트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상시 기업창구가 돼 산업융합을 촉진하는 옴부즈맨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하고 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규제개선·제도정비와 함께 융합제품이 초기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이 새 융합 시장을 주도해 나갈 때 우리 경제도 기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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