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42>개론서와 개론 수업의 난점

대학 1학년 때 처음으로 접하는 전공과목이 전공분야별 개론 수업이다. 경영학개론, 심리학개론, 교육학개론, 행정학개론, 정치학개론, 경제학개론, 전기공학개론, 기계공학개론 등. 문제는 전공분야별 개론서와 개론 수업이 전공을 처음 접하는 1학년 학생에게는 가장 난해한 과목과 수업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교육공학개론 수업을 해봤지만 교육공학자도 잘 모르는 방대한 지식이 개론서에 들어 있다. 하물며 교육공학을 전혀 모르는 1학년 학생은 난해하기 그지없다. 개론서 읽고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다거나 개론 수업을 듣고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개론서에는 체험적 스토리가 없고 주로 남의 글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공분야별 수많은 이론을 다른 사람의 주장을 빌어 자신의 글을 써나가는 형식을 주로 따른다. 그러다보니 어디서 어디까지 나의 주장인지, 인용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분간하기 참으로 어렵다. `독창성이란 들키지 않은 표절`이라는 윌리엄 랠프 잉의 말이 있듯 모든 창작은 기존 창작을 근간으로 시작한다. 논리적 설명이 주를 이루고 체험적 노하우로 이루어지는 감성적 설득이 별로 없는 개론서로 감동을 주기는 참으로 어렵다. 한두 번의 교육공학개론 수업을 한 이후로 교육공학개론 수업을 할 때는 교육공학개론 책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교육공학과 삶, 교육공학과 문제해결, 교육공학과 미래의 교육, 교육공학자가 되면 어떤 일을 하고 교육공학자라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실제 삶과 연관시켜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서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모든 과목과 수업은 재미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는 있는데 의미가 없거나 의미는 있는데 재미가 없어도 문제다. 재미와 의미는 언제나 함께 굴러가는 쌍두마차가 돼야 의미가 머리에 꽂혀 골을 때리지 않고 의미가 심장에 꽂혀 의미심장함을 불러올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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