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르면 다음주 지상파 방송 전송방식인 8레벨 잔류 측파대(8VSB) 연구반을 가동한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던 8VSB가 수면위로 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미래부 전파방송관리과 관계자는 “다음주 중 8VSB 연구반을 구성해 향후 정책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미래부는 이해당사자 간 입장이 첨예한 만큼 규제 타당성을 검토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구반은 기술 전문가와 학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해당사자인 업계 의견은 이르면 이달 말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할 계획이다.
국내 디지털방송 변조 방식은 지상파가 8VSB, 케이블이 쾀(QAM)을 사용한다. 현재 디지털 케이블은 지상파 8VSB 디지털방송신호를 그대로 보내준다. 즉 870㎒ 망에서 채널당 6㎒씩 디지털 지상파 채널에 할당한다. 나머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채널은 모두 쾀방식이다.
종합편성채널과 일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지난해부터 케이블 방송에서 8VSB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채널을 8VSB로 전송하면 디지털TV를 보유하고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에 가입한 500만 가구가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VSB 전송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쾀 방식보다 차지하는 주파수 대역이 많아져 전송할 수 있는 채널수가 줄어든다. 하나의 8VSB 채널 대역에 쾀 방식을 이용하면 HD급 2~3개, SD급 6~8개 채널을 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채널편성에서 빠지면 생존이 위협받는 중소·영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거세게 반발한다.
케이블 디지털 전환에 미칠 영향력도 검토해야 한다. 8VSB 방식은 양방향 디지털 방송이 아니다.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로 디지털 전환 혜택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SO의 장기 전략과 배치된다. 다만 디지털 미전환 가입자를 빠른 시간 안에 전환 시킬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종편 특혜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종편이 쉽게 고화질 방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 있다. 8VSB 포함 채널 범위를 놓고 다른 PP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를 많이 차지하는 8VSB 방식이 채택되면 PP 채널 편성은 줄어든다”며 “결국 영세 PP는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방향을 앞세운 디지털 케이블 전환도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