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부는 SW산업 육성의지를 갖고 있는가

창조경제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여기서 다시 창조경제 얘기를 꺼내 갑론을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분명한 것은 창조경제를 위한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 촉진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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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결과물이 시장에서 성과를 낼 때 비로소 존재가치를 가진다. 엔카르낙상 독일 프라운호퍼 전 연구소장은 “혁신은 관리가 되지 않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공감이 가는 얘기다. 반면에 현재 우리의 모습은 그 반대로 가는 듯하다.

얼마 전 많은 화제를 모았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고 주유소 가격을 비교해준다. 가정통지문을 확인해 주기도 한다. 이는 모두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만든 것들이다.

그런데 이를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아이디어만 도용해 동일한 앱을 잇따라 내놓았다. 예산낭비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력과 의욕을 사장시키는 일들이다.

불공정한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이미 시장에 출시해 수출까지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SW)를 정부가 용역을 줘 개발한 뒤 무료 배포하는 사례도 있다. 저작권 침해는 물론이고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자나 자동차 등 하드웨어 산업을 육성할 때 정부는 경쟁 외국 제품이 싼값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주기도 한다. 또 우리 제품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하는 사례도 많다.

반면에 SW는 정반대의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온나라시스템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던 SW를 정부에서 다시 개발하고 무료로 배포해 관련 기업에 큰 어려움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재난관리를 위한 통합관제시스템, 국립대학교 ERP시스템 등도 현재 유사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정부의 예산 절감 의지는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 육성과 예산 절감 두 가지를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볼 때 궁극적으로 무엇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 철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결론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SW 선진국에서는 SW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시장을 만들어주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는 우리도 벤치마킹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SW산업이 그간 발전해온 과정을 보면 민간이 SW를 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구매해 사용한 미국의 국방 분야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BM이 MS에 DOS 납품 당시 개당 가격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SW산업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 우리는 군주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정부가 개인의 창업 의지를 소멸시키고, 창의적인 기업을 망하게 만든다면 국가는 유지될 수가 없다.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 정부의 소유물은 아무 것도 없다. 국가 안보 유지를 위해 보안이 필요한 정보를 제외한 대다수의 정보는 모든 국민에게 개방돼야 한다.

정부는 가능하면 많은 국민이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러한 지원은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개방하고 국민의 창의 의욕을 갉아 먹는 혁신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SW는 창조경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며, 혁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이런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저작권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김은 소프트웨어 경영연구소 소장·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 eunki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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