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와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편 이전에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동석한 야당 의원이 우려를 표하는 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윤 장관은 15일 신도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제20회 G밸리 CEO포럼`에 초청연사로 참석, “잠정적이라도 정기상여금만은 일단은 통상임금에서 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통상임금과 관련한 노사정 대타협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장관 입장에서 중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윤 장관이 공식 행사에서 통상임금 범위에 관한 의견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 13일 방미 성과 브리핑에서 “(통상임금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에서도 한참을 나아갔다.
재계와 노동계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앙 부처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이다.
윤 장관은 “GM이 얼마나 급했으면 대통령 앞에서 (통상임금) 얘기를 했겠냐”며 “이 문제가 계속 나온다면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까 상당히 많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계속 갈등이 이어지면 엔저 극복에도 어려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윤 장관은 “과거 노사 임·단협 관행에 따라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뺐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임금체계를 다시 따져보자”고 제안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은 윤 장관 발언에 우려를 표시했다. 박 의원은 행사 직후 기자와 만나 “미국식 연봉체계와 기존 한국식 급여체계를 나눠 접근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여금을 일단 제외하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윤 장관에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행사장을 떠나며 “지금 상황이 너무 어렵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해 (상여금 제외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으로 급한 것부터 마무리 짓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