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올뉴카렌스 “전작만큼만 달렸다면…”

후발주자가 돼 버린 올 뉴 카렌스 IMF가 터지고 나라가 침울해 있던 시기에 카렌스와 카스타, 카니발은 사람들의 여가를 상기시켜주고 여유를 찾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대 싼타모, 대우 레조와 더불어 기아 카렌스는 7인승 MPV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당시 세법에 의해 7인승 승합차로 분류해 세금이 낮았고 연료비가 싼 LPG 엔진을 적용해 운용 유지 면에서 경쟁력이 높았다.

하지만 2002년 카렌스II가 등장한 당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승합차 기준이 바뀌어 승용으로 분류하기 시작했으며 효율적이지 못한 LPG 엔진 때문에 SUV와 경쟁하지 못하는 상황을 타파하고자 도입한 디젤 엔진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 규칙에 따라 단종 시키고 엑스트렉이라는 변종 모델을 내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등장한 뉴 카렌스는 효율이 떨어지는 LPG 엔진을 직분사 방식 LPI 엔진으로 바꾸면서 다시 경쟁력을 찾았다. 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모델로 설계한 뉴 카렌스인 만큼 공간 효율이나 편의성, 주행 성능 등 다방면에서 카렌스의 명성을 되찾았으며 미국, 캐나다 등지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뉴 카렌스가 등장한 시기가 2006년 4월이었다. 2000년대 초반 현대 싼타페가 등장하면서 이른바 도시형 SUV 전성시대가 온 만큼 엔진 힘과 구동 방식에 기초한 주행 성능을 우선시하는 SUV와 달리 실내 공간 효율에 기댄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미니밴 시장은 카렌스의 독무대일 뿐 주력 시장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유가가 급속히 오르고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되면서 상황을 바꿔놓았다. 완전히 겹치는 시장이라 할 수 없지만 왜건 행태를 가진 현대자동차 i40가 등장했고 본격적인 중형 미니밴으로 쉐보레 올란도가 등장했다. 이미 6살이나 먹은 뉴 카렌스가 경쟁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중요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카렌스는 더 이상 미니밴 시장의 독보적 존재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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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은 최근 기아자동차의 브랜드룩을 따른다. 중형세단보다 큰 차지만 가장 작은 모닝과도 많이 닮았다.

전통적인 기본기에 충실 올 뉴 카렌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2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다. 하지만 이 차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시점은 2013년 3월 서울모터쇼다. 독보적 존재에서 후발주자로 입장이 바뀐 올 뉴 카렌스가 시장에 나오면서 선택한 공략법은 미니밴 시장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에 입각한 정공법이다. 철저히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최근 몇 년 새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과장스런 굴곡을 배제하고 간결하고 직선적인 디자인을 취해 미니밴 고유 이미지를 살렸다. 엔진룸을 실내 공간 일부까지 밀어 넣으면서 보닛 라인을 극단적으로 짧게 해 실내 공간 대비 전체 길이를 짧게 한 것도 실용적인 면에서 해석할만하다.

실내공간에서도 충실한 기본기를 느낄 수 있다. 2열 레그룸까지 편안하도록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으며 2열 시트 위치 이동 및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까지 더해 패밀리카 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2열 중앙 좌석에 적용한 3점식 안전벨트나 2열 양쪽 좌석 모두에 적용한 베이비 시트 마운트, 2열 레그룸 아래에 마련한 수납함을 비롯해 곳곳에 마련한 다용도 수납함 등은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승객용 편의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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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I 모델(아래)와 달리 디젤 모델은 3열 시트 공간에 수납함을 두어 수납효율을 더했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었던 시트 배열도 여전하다. 법규상 3열을 둬야 하는 LPI 모델은 3열 시트를 트렁크 하단으로 넣은 채 2열 시트마저 눕혀 어른 3명이 좁지 않게 누워 쉴만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디젤 모델은 3열 시트를 아예 없애고 콘솔을 넣어 수납공간을 더 다양하게 확보했다. 2열 6:4 분할 시트와 3열 5:5 분할 접이 방식을 적용해 폭이 좁고 긴 짐을 실을 때도 최대 4인까지 차에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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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V의 면모를 과시하듯 2열시트까지 모두 접으면 커다란 자전거도 그냥 실을 수 있을만큼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편의 기능 확보 정공법에만 충실한 것으로는 시장성을 온전히 탈환하기 어렵다. 운전자는 물론 승객을 위한 편의 기능이 늘면서 잠정적 구매의사자들의 요구 역시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승용 세단과 달리 개방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미니밴, SUV, 미니버스 등에서는 썬루프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것도 운전석만을 위한 썬루프가 아닌 승객석을 위한 파노라마 썬루프를 선호하는 추세다. 올 뉴 카렌스도 이런 추세를 따랐다. 럭셔리 등급부터 옵션으로 적용하는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는 실내 전체에 걸쳐 개방감을 높여 갑갑함을 덜었다. 썬루프의 투명창이 2열 좌석 너머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에 3열을 펼쳐 앉더라도 시원한 개방감을 맛볼 수 있다.

럭셔리 등급부터 2열 시트에 옵션 적용한 2단계 열선 시트도 눈에 들어온다. 고급 차종이 아닌 한 열선 시트는 1열 운전석과 조수석에만 있기 마련이었다. 패밀리카 용도라는 관점에서 2열 열선 기능은 그 동안 누구나 아쉬워했을 것이다. 여기에 프레스티지 등급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3단계 열선 및 통풍 시트까지 옵션으로 적용해 쾌적함을 더했다. 프레스티지 등급부터는 히티드 스티어링 휠까지 기본 장치로 들어간다.

넓은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듀얼 에어컨을 적용한 것도 환영할만한 특징이다. 프레스티지 등급부터 기본 적용한 독립 제어 풀오토 에어컨은 운전석 방향과 조수석 방향을 각각 다른 온도로 제어할 수 있으며 2열 중간에 에어벤탈레이션을 달아 실내 공간 전체에 고루 냉각시킨 공기가 닿을 수 있도록 했다.

각종 포터블 기기가 다양해진 현대 생활에 어울리게 파워아울렛도 여럿 갖췄다. 1열 센터페시아 하단에만 2개가 있으며 2열 에어벤탈레이션 아래, 3열 죄측면에 각각 하나씩 더해 총 4개다. 이 가운데 1열에 위치한 것 중 하나는 180W 용량으로 어지간한 대용량 노트북이라도 무리 없이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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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컨트롤, 버튼 시동 스마트키, 앞좌석 쿨링시트 및 뒷좌석 열선시트, 파워아울렛,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 등 여러 편의기능으로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전작에 못 미치는 주행성능 유감 공식적인 분류는 중형 미니밴, MPV로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패밀리카 개념이 강하다. 이런 차종을 놓고 달리기 성능을 따지는 건 한편으로는 논지를 벗어난 것일 지도 모른다. 흔히 달리기 성능을 말하는 지표로 두곤 하는 제로백 성능 같은 것은 올 뉴 카렌스를 평가하는 요소로 무의미하다. 다만 이것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섰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얘기다. 기본은 운송수단인 것이 자동차인 만큼 현대 수준에 어울리는 기본 주행 성능은 갖춰야 할 것이다. 올 뉴 카렌스는 이 부분에서 문제를 품고 있다.

1.7 VGT 디젤 엔진은 이미 현대 i40에서 성능을 인정받았다. 최고출력 140마력에 최대토크 33kg.m/rpm으로 복합연비 13.2km/L에 이른다. 2.0 LPI 엔진도 뉴 카렌스에서 효율과 성능을 평가받은 직분사 엔진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믿을만한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154마력 최대토크 19.8kg.m/rpm이며 자동밋션 모델의 복합연비는 9.0km/L다. 달리는 능력에서 어떤 엔진을 적용한 모델이든 힘이 부쳐 오르막을 잘 못 오르고 제 때 치고 나가지 못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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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에 이용한 2.0 LPI 엔진은 물론 1.7 VGT 엔진도 올 뉴 카렌스를 다루는데 빠지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문제는 치고 나가는 달리기 성능이 아니다. 코너링 능력이다. 차체가 문제든 서스펜션이 문제든 코너를 감아 돌 때 후미가 제대로 따라와 주지 못한다. 고속도로 등 고속화 전용도로에서 완만한 선형을 따라 제한속도 아래로 달리는 경우라면 문제가 아니지만 선형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국도나 마을길, 산간지방 계곡길 등지에서는 어지간한 수준 이하로만 달릴 수밖에 없다. 서스펜션을 통해 오는 느낌은 단지 딱딱할 뿐이어서 과속방지턱을 넘는 충격이 필요 이상으로 강하다.

이렇게 실망스런 코너링 능력이 문제인 까닭은 2열에서 느끼는 승차감 때문이다. 코너를 돌 때 후미가 제대로 따라와 주지 못하는 것을 2열 좌석에서 불안정하게 느낄 수 있다. 코너링에서 느끼는 쏠림 현상은 패밀리카가 추구하는 편안한 승차감과 거리가 멀다. 특히 이 코너링에서 쏠리는 문제는 7년 전 등장한 전작 모델 뉴 카렌스에서 느끼지 못한 문제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전작들과 공통사항인 고질적 브레이크 쏠림 문제도 여전하다.

운전자 입장에서 마주하는 시야 문제도 지적할 대상이다. 전체적으로 콤팩트하면서 실내공간을 넉넉히 뽑아내기 위해 배치한 엔진룸 형태가 A 필러를 운전석으로부터 과도하게 앞으로 뻗어나가게 했다. 비록 A자 형상으로 쪽창을 둬서 시야를 보상했지만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채 두툼한 A 필러가 특히 왼쪽으로 코너를 돌 때마다 시야를 방해한다. 급한 코너링이 많은 계곡길이나 고갯길에서라면 이 A 필러로 인해 더해지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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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길게 뻗은 A 필러는 코너를 돌 때 시야를 심하게 가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전작만큼만 달려라 올 뉴 카렌스는 중형 미니밴의 특징을 잘 살려낸 모델이다. 수수하면서 실용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고 MPV 답게 다양한 용도에 두루 적용할 수 있으며 가족 나들이를 위한 패밀리카 개념으로도 잘 맞아떨어지는 장치를 갖췄다. 지금까지 카렌스라는 모델이 가져온 이미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올 뉴 카렌스가 보여주는 특장점은 이전 이미지를 이어가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그에 맞는 성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다. 크루즈 컨트롤, 주차보조시스템,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 열선시트나 통풍시트, 스마트키 같은 추가 기능이나 옵션 장치 얘기가 아니다. 달리기 성능이 전작보다 나아졌다고, 연비 효율이 전작보다 좋다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더 올라가고 더 까다로워진 잠정 구매의사자들의 욕구를 충족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서야 한다. 올 뉴 카렌스는 이런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외관에 치중한 A 필러가 운전을 방해하고 단단하지 않고 딱딱한 서스펜션이 코너링 성능을 해친다. 세단이나 왜건에 비해 차체가 높아 안 그래도 불리한 요소를 이들이 더 해치고 있다. 어차피 달리기 성능에 많은 요구조건을 붙이지 않는 만큼 올 뉴 카렌스가 가진 문제는 어렵지 않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전작만큼 주행 성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올 뉴 카렌스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올 뉴 카렌스는 마치 덜 익은 과일을 보는 듯하다. 향후 개선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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