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취임 후 첫 순방이자 최고 우방국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한 번에 날려버린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불미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한 수치스러운 국가적 망신이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순방 전부터 예고됐는지 모르겠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는 2명의 대변인 간 순방 수행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홍보수석 등 위에서조차 이를 제대로 중재하지 못해 당혹스러워했다는 후일담도 들린다. 순방과 관련해서 이번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방미 공식수행단에 들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미래부 장관은 대통령보다 하루 늦게 별도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민간 출신의 장관 길들이기 차원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많다.
일반 국민들은 청와대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역학구도가 형성됐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줄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감만 가질 뿐이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사태를 볼 때 이런 기대감을 계속 가져도 좋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아부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충성스럽지 못하다. 그렇지만 옳지 못한 일을 고치도록 윗사람에게 강하게 말하는 사람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지도자의 용인(用人)과 관한 말이지만, 이는 역으로 공직자의 자세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갑을 관계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공직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 먹이사슬 최고점에 존재하는 갑중의 갑으로 공무원을 꼽는 사람이 많다. 오죽하면 `기관장 위의 사무관`이라는 식의 자조석인 표현도 나오겠는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소수에 의해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다수의 공무원이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