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술 PD /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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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트리밍 시대다. LP·CD 등 음반을 사던 시절과 MP3 음원을 다운받아 플레이하는 시절을 지나 원하는 음악만을 라디오를 틀듯이 실시간으로 듣는다. 영화 역시 비디오 대여점을 이용하는 대신 IP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감상할 수 있다.스마트폰에선 음악 스트리밍 앱이 대표적이다. 다운로드 필요없이 언제나 최신곡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5000원 정도 월정액만 내면 통신요금 부담도 없다. 얼마든지 무제한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소유에서 대여로 전환한 지 오래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구매해 이용하는 게 옛 방식이었다면 다음은 디지털화된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것이고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에 따라 꺼내 쓰는 식이다. 인터넷과 LTE와 같은 초고속 데이터 통신으로 가능해진 변화다. 게임 역시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이머는 IPTV· PC· 스마트폰에서 기존 PC나 콘솔용 게임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모두 `클라우드 게임` 기술 발전 덕분이다. 고성능 그래픽 기능을 가진 서버 클러스터를 이용해 게임을 실행하고 화면을 생성한 후 이를 H.264와 같은 압축 기술로 압축하고 암호화한 후 인터넷망을 통해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에 전송하는 기술이다.
게임자체는 서버에서 실행되고 단말기는 단순히 게임 화면을 재생하거나 사용자 입력을 처리하는 기능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저사양 단말기에서도 고사양 게임을 만끽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해킹이나 불법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게임 업체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2000년 미국의 E3 엑스포 전시회에서 지-클러스터가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게임 프로토 타입을 선보인 이후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2010년부터는 온라이브와 가이카이같은 벤처기업이 뛰어들면서, 중국, 프랑스, 대만, 일본에서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됐다. 지난해 가이카이를 인수한 소니는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의 모든 게임을 PS4에서 실행하기 위해 클라우드 게임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지난해 LG 유플러스에 이어, SK플래닛이 올해 상반기 서비스 예정이다.
상업적인 서비스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클라우드 게임 기술은 극복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온라인 게임 인기장르인 1인칭슈팅(FPS) 게임의 경우, 사용자 입력에 대한 응답 지연 시간을 100ms 이하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유무선 네트워크 상황과 압축 기술로는 720p 이상 고화질 화면을 동시접속중인 수천수만 단말기에 안정적으로 전송하면서 응답 속도를 유지하기가 녹녹치 않다.
이런 점에서 엔비디아가 올 초 발표한 `그리드` 기술은 클라우드 게임 대중화를 가속시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화 기술과 다중 압축 기술을 이용해 응답 지연 시간을 150ms 수준까지 줄여, 서버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작년 8월, 온라이브가 파산하면서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회의론도 일각에서는 제기됐으나, 콘텐츠의 스트리밍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결국 게임도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게임 업계로선 터치, 리모컨 등과 같은 입력 장치를 지원하고 다양한 해상도의 스크린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형태를 고민해야 할 숙제가 있지만, 게이머는 즐겁기만 하다. 스마트 TV, 스마트폰, 태블릿 PC 가리지 않고, 네트워크 접속만 되면 어디서나 최신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기에. 그것도 불과 몇 년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