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주변기기 사업에 뛰어든다. 무선충전기에서 암밴드·케이스·리모컨·파우치·차량용 거치대·플립커버·스피커 등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이 파생시킨 방대한 애프터마켓을 겨냥해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지배력을 활용, 스마트워치·구글 글라스 등을 뛰어넘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주변기기 사업을 추진해 온 국내 중견·중소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그동안 스마트폰 주변기기 사업을 위해 태스크포스(TF) 수준으로 운영해온 CNF팀을 최근 공식 출범시켰다. 또 무선사업부 상품기획팀 내 주변기기 전담조직과 협업해 사업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상품기획팀이 주변기기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CNF팀이 구체화하는 역할이다. CNF팀은 50여명의 직원이 배치돼 디자인·설계·마케팅을 직접 수행한다. 무선사업부 구미사업장 구매팀이 매트릭스 조직 형태로 배속돼 공급망관리(SCM) 구축을 지원한다. 조립 등 제조는 당분간 외주업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선사업부가 개발한 스마트폰 주변기기는 무선솔루션센터(MSC)의 콘텐츠 사업과 시너지를 겨냥하고 있다. 주변기기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제품 효용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CNF팀은 갤럭시S4용 무선충전기·암밴드·케이스·리모컨·파우치·차량용 거치대·플립커버 등을 개발 중이다. 무선충전기와 케이스 협력사로 알에프텍과 아모텍을 선정해 25만대씩 발주했다. 스피커(도킹스테이션) 시험생산을 위해 부품 조달에도 나섰다. 주변기기 제조업체와 협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보호 케이스업체 애니모드·벨킨·인케이스에 정품인증 SMAPP(Samsung Mobile Application Partnership Program)를 부여하는 등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도 시도한다.
액세서리와 주변기기를 포함한 스마트폰 애프터마켓은 지난해 기준 5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새로운 주변기기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향후 이 시장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스마트폰 주변기기 시장을 준비해 온 중소 제조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하이테크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등 첨단 액세서리를 새롭게 발굴할 수 있다면 산업 전체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중소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품목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주변기기가 스마트폰 못지않게 소비자에게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고 경쟁력을 위해서 대응 조직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지·이형수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