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시장 선점 경쟁에서 마이너로 전락하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이 SDN 투자를 늘리고 상용 제품을 속속 내놓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방향설정 단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 격차가 1년 이상 벌어져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에서 기술이 종속될 우려도 높아졌다.

시스코, NEC, 화웨이 알카텔루슨트, HP, 브로케이드 등 해외 주요 네트워크 업체는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네트워크 솔루션 전시회 `2013 인터롭`에서 SDN 관련 솔루션과 전략을 대거 발표했다. 반면에 신제품과 전략을 발표하는 한국 기업은 거의 없어 큰 대조를 이뤘다.
시스코는 이번 전시회에서 `오픈플로(SDN 공개 프로토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 네트워크 장비와 호환되는 오픈플로 솔루션을 늘릴 계획이다. 시스코는 당초 개방을 전제로 한 오픈플로 진영에 비우호적이었지만 SDN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며 방향을 선회했다.
화웨이는 스위치, 컨트롤러, 애플리케이션 등 SDN 풀 라인업을 공개했다. SDN 기술이 삽입된 물리적 장비는 물론이고 가상 스위치도 선보였다.
SDN 개발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NEC는 실제 상용 네트워크에 적용 가능한 매니지먼트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했다. 알카텔-루슨트 역시 오픈플로 관련 데모를 시연했다.
류기훈 오픈플로우코리아 대표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기술 격차가 1년 남짓이었지만 이제 그 이상”이라며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아이디어 수준으로 기획 중인 기술과 서비스를 글로벌 업체에서 속속 상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SDN은 각종 네트워크 장비의 컨트롤 기능을 가상화, 집중화해 망을 단순화하고 지능적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각종 서비스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20여년간 변화가 없던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파괴적 기술`로 평가된다.
SDN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지만 우리 정부와 업계의 준비는 아직 미비하다. ETRI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국가 SDN R&D가 진행되고 삼성전자 등 주요업체도 연구를 시작했지만 초보 수준이다.
해외 진출 전략도 없다. 시스코, IBM,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기업이 참가 중인 SDN 커뮤니티 `오픈데이라이트`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커뮤니티에 기업이나 단체가 2억원 정도 가입비와 최소 10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하면 가장 높은 등급을 얻어 각종 SDN 로 데이터와 기술 표준 정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
서영석 DMX코리아 부장은 “우리나라는 SDN 개발에서 아직 동향 파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육성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 대표는 “이미 국내외 통신, 기업, 공공시장에서 SDN 시장이 개화됐다”며 “정부와 업계가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네트워크 관련 시장에서 한국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