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M&A 세제 혜택, 시장이 원했던 것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벤처기업인과 투자자들과 만나 의미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요약하면 이렇다. 벤처 창업도 중요하지만 실패해도 언제든지 재도전할 환경 조성에 집중하겠다. 모험자본에 대한 다양한 금융·세제 지원 방안을 찾겠다. 창업-투자 회수-재투자로 이어진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인수합병(M&A)시 증여세 면제나 법인세 감면과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검토한다. 코스닥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도 신설하겠다. 기술혁신과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한다.

벤처기업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이 있었음을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벤처산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사항들이 대부분 녹아있다. 미래창조과학부나 중소기업청과 같은 벤처 정책 부처가 아닌 금융 부처 수장의 발언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사실 벤처 생태계의 핵심은 벤처 자금이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 관문을 틀어쥐었던 금융 당국 수장이 이런 말을 했으니 이전과 달리 벤처 정책에 상당한 진전과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더 보완할 것도 있다. 대기업의 M&A 참여 확대다. 대기업들은 급변하는 기술과 기업 환경 속에 외부에서 괜찮은 기술 벤처를 찾는다. 그런데 정작 M&A엔 소극적이다. 그냥 핵심 기술이나 인력만 가로채려는 시도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인수 시 계열사 편입 문제, 문어발 확장 비난 등을 지레 걱정하는 대기업도 꽤 많다.

벤처 M&A가 자칫 금융자본만의 머니게임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으려면 새 기술과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한 실수요자인 대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 가능성뿐인 벤처기업을 인수할 곳도 사실상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뿐이다. 이들이 M&A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벤처기업 평가 인프라도 조성해야 한다. 상당수 벤처캐피탈과 금융기업들은 그간 나름대로 평가 방법을 축적했지만 `감`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전문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부족하다. 벤처 M&A가 활성화하면 당연히 이런 기관과 전문가들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미리 양성해야 평가 시비에 따른 잡음과 일반 투자자의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벤처 1세대의 활용도 한 방법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