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성장할 때 경험은 중요하다. 어릴 때 배우고 익힌 경험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부닥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알면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사는 것이 즐거워진다.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지리가 출발점이다. 동그란 지구는 어떻게 구성됐고, 각 대륙은 어떤 역사와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살펴보고 있다.
세계 지도를 펼쳐보면 큰 땅덩어리가 6개 있고, 큰 바다가 5개 있다. 대륙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등 6개이고, 큰 바다는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북극해 남극해 등 5개다. 이를 합쳐 5대양 6대륙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당연한 사실도 15세기 이전에 그렇지가 않았다.
15세기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16세기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하고 나서야 세계 지도에 5대양 6대주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동그란 지구본도 그때 서서히 등장했다.
공처럼 생긴 지구본이 정확하기는 했지만 들고 다니는 건 불편했다. 최대한 정확하게 지도그리기 위한 도법을 만들기 위해 지리학자들은 고심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메르카토르도법이다. 구를 평면으로 만드는 작업은 완벽할 수 없다. 왜곡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지리학자 메르카토르는 지구의 위선과 경선 사이의 각도를 정확하게 지도에 그렸다. 하지만 각도에 집중하니 길이가 왜곡됐다. 극지방이 실제보다 커지게 된 것.
하지만 지금 세계지도도 메르카토르도법에 의해 제작된다. 이 도법은 남북위 40도 사이에는 왜곡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항해를 하거나 주요 국가로 여행하는 데는 전혀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된다.
지리라고 해서 이런 따분하고 심각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선과 경선 때문에 생기는 자연환경이 어떤 인문환경을 만들어냈는지를 음식과 패션, 축제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지구 건너편 사람들의 생활을 몰라도 불편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알이지 못 했을 때는 오해와 편견이 생긴다.
우리가 에스키모라고 부르는 북극 지방 사람들은 자신을 이누이트 족이라 부르길 원한다.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란 뜻이고 이누이트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이들에 대한 오해는 집에서도 등장한다. 이누이트들이 얼음집을 짓고 사는 것처럼 많은 매체에서 소개되지만 실제로 이들도 우리처럼 집에서 산다. 얼음집인 이글루는 이들이 사냥을 갔을 때 잠시 머무는 임시 주택이다.
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 이들의 삶을 촘촘히 살피는 것은 인터넷 시대라 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어떨 것인지 상상하고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구의 생김새를 찬찬히 살펴보면 된다. 자연환경이 빚어내는 인문환경이 역사와 예술 철학을 빚어내는 과정을 지리를 통해 보여준다. 허운주 지음, 아이앤북 펴냄, 값 1만원.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