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전문가가 어떻게 공공 정보사업 평가하나

얼마 전 지방 소재 대학교수가 공개석상에서 쓴 소리를 던졌다. 공공 정보화사업 등 정부 용역과제를 수행할 사업자를 선정하는 평가위원을 초청하는데 평가 바로 전날 문자로 일정 가능 유무를 확인하는 황당한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 때만해도 설마 했다. 그래도 정부 용역사업인데 전문가 일정을 전날 파악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실이었다. 평가 하루 전에 평가위원 풀에 들어있는 전문가에게 문자를 보내 선착순으로 평가위원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루 만에 평가위원단을 구성하다 보니 해당 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전문가도 다수 포함된다. 평가수당을 챙기기 위해 평가위원 풀에 참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평가에 참여하는 모든 평가위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정을 촉박하게 잡다보니 정작 필요한 전문가가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과제 평가위원 리스트가 공개되면 사업 참여자의 로비활동으로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도입했다고 한다. 공정성과 보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하지만 비전문가가 평가하는 정부 용역이나 과제가 제대로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스갯소리로 어떤 대기업은 정부 평가위원 풀에 들어 있는 모든 평가위원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렇게 되면 공정성을 위해 전날 평가위원을 위촉하는 지금의 제도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정부 용역이나 과제를 수행할 사업자를 평가하려면 종합적이면서도 분야별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비전문가가 평가위원석에 앉아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사업자가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할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제대로 분석할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평가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잘못된 평가로 사업자가 잘못 선정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결과적으로 국민세금만 낭비하는 꼴이다.

정부 과제 평가는 공정성과 보안이 생명이다. 그렇다고 비전문가가 평가에 참여하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는 문제다. 해결책은 분야별 전문가 풀을 더 넓혀 해당 전문가가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제 제안서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다. 또한 평가위원의 공정성과 윤리의식도 제고해야 한다. 평가를 맡아야 할 과제와 맡아서는 안 될 과제를 분별할 줄 알아야 공정한 정부 과제 평가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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