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방부·MS갈등, 정부가 명쾌하게 정리하라

“공공기관 전체 대상으로 불법 소프트웨어(SW)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부부처에선 단 한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소규모 공공기관에서만 불법 SW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Photo Image

“국방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 간의 클라이언트접근라이선스(CAL) 이슈가 불법 SW를 사용한 것인지 여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닙니다.”

문화부의 저작권 담당자의 말이다. 전자는 연초 문화부가 공공기관 대상으로 불법 SW 사용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이고, 후자는 전자신문이 국방부와 MS의 CAL 이슈를 지속적으로 보도한 3월 이후에 한 말이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문화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바뀌었다.

반면 미국은 적극적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프리미엄 스폰서로 가입돼 있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방문, 보고서에 국방부가 불법SW를 사용하고 있다고 명시하도록 강력 요구했다. 국방부와 MS의 CAL 갈등이 한·미간 무역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미국 정부도 각종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불법 SW 사용국가로 언급하겠다고 엄포다.

결국 USTR 보고서에 우리나라 정부부처가 언급되는 것을 우려해 청와대까지 나서서 좋게 해결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저작권 보호를 담당하는 문화부도 빨리 해결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시선이다. 정부 관계자 대부분이 더 이상 시끄러워지지 않게 덮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불법 SW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며 법률검토까지 끝냈다는 국방부도 이제는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머지않아 국방부도 두 손 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국방부가 불법 SW를 사용한 것이라면, 오리발 내밀다가 더 큰 화를 부른 셈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초기 주장대로 불법 SW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국방부의 포기는 우리나라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에게 유사한 분쟁의 단초를 남겨주는 선례가 된다. 정부기관조차 외국계 SW기업에게 끌려다니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보다 명쾌하게 정리해줘야 할 때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