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소재, 양산 위해 풀어야 할 난제는?

지금까지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안정된 4족 원소(원자를 둘러싼 최외곽 전자가 4개)인 실리콘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실리콘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전자 이동도가 좋고 전극을 미세하게 구현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이 화두로 떠올랐다.

진성훈 박사와 존 로저스 연구팀이 개발한 탄소나노튜브(CNT)는 이미 수년 전부터 차세대 소재로 거론돼 왔다. 실리콘과 같은 4족 원소인데다 유기 화합물에서 추출해내기 쉽다. 전자 이동도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다.

하지만 순수하게 반도체성 CNT만 정제해 내기 까다로워 양산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난제다. 탄소 원자가 둥글게 뭉쳐 있는 구조상 수십억개의 트랜지스터를 배열하는 것도 힘들다. 최리노 산업통상자원부 PD(인하대 교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예로 들면 10억개 이상의 CNT를 수직으로 기판 위에 세워야 한다”며 “노광 공정을 이용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려놓고 증착·식각해 만드는 지금 방식으로는 양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기술 수준은 칩 하나에 1만개 가량의 CNT를 집적할 수 있다. 고주파(RF) 등 트랜지스터 숫자가 적은 소자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탄소를 이용한 또 하나의 소재인 그래핀(Graphene)은 탄소나노튜브를 2차원 평면으로 펴 놓은 구조로, CNT와 화학적 특성이 유사하다. 가볍고 전자이동도가 높아 `꿈의 소재`로도 불린다. 후공정으로 금속성과 반도체성을 분리할 수 있지만 끝이 전자산란 현상으로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층이 얇아 트랜지스터 스위칭 속도가 느리다는 것도 문제다.

같은 4족 원소인 게르마늄(SiGe)은 1950년대까지 초기 반도체에 쓰였다. 하지만 고온에서 안정성이 떨어져 실리콘으로 대체됐다. 최근 실리콘과 게르마늄의 특성을 결합한 실리콘게르마늄(SiGe) 웨이퍼가 상용화 됐다. 전자 이동도가 높고 전력 소모는 적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용화된 SiGe 외에 여러 유력 소재가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향후 3~4년 안에 양산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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