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25곳이 사실상 통·폐합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신 공공기관지정 해지와 정규직 확대를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과학기술 출연기관장 협의회(회장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일종의 자구안 격인 발전전략으로 △연구원 간 칸막이 없애기 △신명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연구기관 특성에 부합하는 자율과 책임의 경영체제 마련 △기관별 고유 기초·원천연구 수행과 신산업 창출을 위한 미래전략기술 개발 △출연연 간 협력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사회문제 통합 해결책 제시 △산·학·연간 개방형 협력 구심체 역할 담당 △기술이전·창업 전담조직 강화 △중소기업과 통합 협력 창구 운영 등을 `8대 자체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칸막이 없애기` 차원에서 기관 자체 주요사업비 중 다른 기관과의 융합연구 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고, 융합연구에 참여하는 파견자에게는 연봉의 30% 내외를 파견수당 등 인센티브로 제공키로 했다. 새 정부 들어 청와대 등 일각에서 요구하는 물리적 통·폐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에는 사실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대신 협의회는 `정규직 정원 확대`와 `공공기관 지정 해지` 등 2가지를 대정부 요청사항으로 내세웠다. 연구기관인 출연연을 일반 공공기관과 똑같이 취급하는 현행 제도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여건 조성을 방해한다는 판단에서다.
협의회는 “정부의 정규직 정원 규제로 비정규·임시직 직원이 늘어나고 특히 연구자들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기능·기술직 직원과 연구지원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인력 운용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출연연은 공공기관이기 이전에 연구기관이며, 연구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활동의 자율성과 창의성이라고 강조하고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연연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로 관리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법`에 의해 지원·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견연구자들이 사업 종료 후에도 연구비 배정과 평가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파견 중에도 기존 연구과제 및 보유시설·장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원소속기관으로 복귀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협의회는 밝혔다.
출연연들은 앞으로 지역별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6월까지 세부추진계획을 만들고 정규직 확대와 공공기관지정 해지 등을 정부·국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협의회 참여 기관은 다음과 같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녹색기술센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