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 2020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현장을 상상해보자. 세계 각국에서 초대된 2000명의 참석자들은 `5만달러 국가, 대한민국의 글로벌 책무`라는 한국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대형 전광판에는 `한국형 창조 자본주의,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특별 세션을 알리는 자막이 흐르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이 이어진다. 주지하듯, 우리나라는 1990년 중반 당시로서는 모험적인 CDMA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모바일 강국으로 등극했다. 2000년대 ADSL 기술의 전격적인 도입으로 초고속인터넷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만의 드라마틱한 성공사례가 있었기에 과감한 국가단위의 디지털 실험국가 정책도 수용할 수 있었다.
발표자는 한국의 성공요인으로 통치권자의 강력한 리더십,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범정부 차원의 `창조화 입국 2020 비전` 일명 `A-코리아(KOREA) 선언` 등을 꼽는다. 박근혜정부가 선도형 창조경제를 선언하며 이를 위한 전략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선택한 것은 절묘한 기회 포착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2020년을 목표로 인터넷3.0 시대 중심국가로 등극한다는 A-코리아 선언과 민첩한 실행전략에 주목했다. 21세기판 근대화 전략으로 불리기도 하는 A-코리아 선언은 2020년대는 50억 인터넷 가입자, 100억 모바일 이용자, 1000억개의 디바이스와 수조개의 사물객체가 인터넷 생태계에 참여하는 디지털 행성문명시대로 규정했다. 동시에 인류 역사 최대의 거대시장이 출현하고 지구적 규모의 디지털 인프라로 재편되는 대전환기로 보았다.
이 선언의 서문에는 미래국가의 선도적 창조를 통해 국민소득 5만달러에 도전한다는 창조화 입국 전략의 기본방향이 담겨 있다.
첫째, 세계 최초로 전국의 가정을 연결하는 10기가급 유선인프라를 오픈 아키텍처 환경으로 구축하고 전 국민에게 5G 모빌리티 환경을 `디지털 기본권` 차원에서 제공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한다.
둘째,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디지털 방송전환 유휴대역인 700㎒ 주파수, 4G용 광대역 주파수, 와이브로 등의 경제사회적 잠재가치를 담보로 수십조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설치한다.
셋째, 미래 디지털 시장 개척을 위한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을 한시적으로 유보하고, 통신3사는 각 사의 전국적인 네트워크 전달 역량의 전략적 분담 혹은 자원 공유를 통해 전격적으로 미래인터넷 기반을 정비한다.
넷째, 서버 및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이 접목된 전국 규모의 최첨단 인프라 위에서 빅데이터 기반 정부3.0, 증강현실 기반의 교육 및 의료서비스, 고령자 친화적 스마트 타운, 교통사고 제로를 지향하는 ITS2.0 시스템 등을 국가단위로 적용한다.
다섯째, 제조사는 차세대 스마트TV 등 각종 첨단 제품을 전 국민에게 저렴하게 보급하고 방송 및 케이블, 그리고 콘텐츠사업자는 이용자 참여형 혁신 콘텐츠를 발굴하여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 실험국가 전략의 극적인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자국민이 선경험한 혁신 서비스와 제품, 그 시스템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를 다수 배출하게 되었다. 또 한국은 인류가 당면한 공통과제를 해결하는 21세기형 창조모델 국가라는 소중한 브랜드도 확보했다.
우리는 이같은 2020년 다포스 포럼 시나리오가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잠재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결단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