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미디어2.0]국가·대기업 기술 인프라 투자, 벤처·중기 콘텐츠 개발 집중해야

스마트미디어 활성화 방안은 크게 `기술`과 `콘텐츠` 두 분야로 나뉜다. 고화질, 입체영상 등 고품질 데이터의 상호교류를 실현할 기술 인프라가 마련되고, 이를 확산시킬 파괴력을 가진 콘텐츠와 대중적 인식이 고루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방향 설정은 이 두 가지 핵심 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 의견이다.

자본력을 가진 국가와 대기업이 기술 인프라에 투자하고 벤처와 중소기업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빠른 몸놀림으로 콘텐츠 생산에 도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중과 시장의 숨겨진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기술 실현으로 콘텐츠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네트워킹, 단말 고도화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가코리아 프로젝트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돌입했다.

기가코리아는 각종 단말에서 대용량 실감미디어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테라급 네트워킹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부 주도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축이 돼 네트워크, 단말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가 참여한다.

◇`초연결` 위한 C-P-N-D/보안 종합 활성화 필수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20년께면 네트워크, 단말, 플랫폼, 콘텐츠 등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서 현재 롱텀에벌루션(LTE)보다 약 50배 빠른 모바일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형 홀로그램 통신이 가능해지고 길거리 쇼윈도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개인 생활 스타일에 맞는 맞춤정보가 펼쳐진다.

교육,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사회 전반에서 생체정보, 개인정보, 미디어 콘텐츠 등 주변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정보가 오가는 `고속도로`가 넓어져야 한다. 정보를 받아 들이는 단말은 정보 처리능력과 저장능력이 지금보다 100배 이상 향상돼야 한다. 또 수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등 관련 기술을 수용할 플랫폼 기술 고도화도 핵심 과제다.

`보안`은 스마트미디어 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로 평가된다. 개인과 기업, 정부의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초연결` `스마트미디어` 시대에는 단 한 곳에 뚫린 구멍으로 사회 전체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일이 가능하다.

주요 방송국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태 등 국가 대형시설을 노린 사이버전은 이미 실체를 드러냈다.

보호·절체(문제가 된 일부 망 또는 기능을 중단시키는 것)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문제 발생 시 대응을 진두지휘할 국가 차원의 정부 전담조직도 필요하다.

각 기술의 국가 표준화도 시급한 항목이다. 특히 개발한 기술을 세계 시장으로 내보내기 위해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조 하에 표준화를 염두에 둔 연구개발(R&D)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콘텐츠, 벤처·중기 육성으로 창조경제 축 만들어야

스마트미디어를 실현할 기술 기반이 마련돼도 여기에 실릴 콘텐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영화·방송·게임 등 기존 미디어는 환경에 따른 변신이 불가피하다. 이미 일부는 현재진행형이다. 고화질(HD)·3D 등 표면적인 진보는 물론이고 전달 방식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n스크린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임이 대표 사례다.

기기를 옮겨가며 콘텐츠를 이어보는 n스크린 서비스는 이미 통신사와 방송사의 보편적인 사업 전략으로 자리매김 했다.

n스크린은 미디어 매체가 과거 TV 하나에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으로 확장되며 생겨난 서비스다. 시간과 채널이 고정된 실시간 방송 시대를 지나 개인이 가능한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필요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데스크톱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엔터테인먼트 활동도 최근 몇 년 새 크게 달라졌다. 과거 온라인, 패키지게임이 PC에 대용량 데이터를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이를 업데이트해야 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가상환경에 저장해 놓고 소비자는 접속만으로 게임을 구동하는 `클라우드 게임`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콘텐츠 종류와 쓰임새를 넓히는 효과를 가져 올 전망이다. 단순히 여가를 보내는 차원이 아니라 스마트기기 등 주변의 모바일을 적극 활용해 교육·의료 등 생활 전반까지 활용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통신사와 포털업체 등은 상호협력 하에 기능성게임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집 안까지 전달해 치매, 재활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차세대 스마트미디어 기술이 현실화돼 홀로그램 등 실감형 미디어가 상용화되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 변화에 적합한 기업 형태는 벤처와 중소기업이 꼽힌다. 이들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민한 움직임으로 시장 변화와 대중의 요구를 읽고 적합한 서비스와 기술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을 지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 대기업의 산업 잠식 현상이 만연한 만큼 창업 등 신사업 초기 단계에서 벤처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도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산업 전반에 비즈니스 활로를 뚫어둔 대기업의 경쟁력을 중소기업과 벤처가 활용할 수 있게 공동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대안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이 전국에 깔리며 IT벤처 붐이 일어났던 것처럼 스마트미디어 진화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소규모 업체들에 다시 도약 기회가 올 것”이라며 “벤처-대기업 연계 프로젝트 추진 등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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