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누출 사고가 갑자기 많아진 것인가요? 아니면 원래 누출 사고가 잦았는데 근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인가요?”
불산 누출 사고를 비롯해 안전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자 일반인이 전문가에게 묻는 질문들이다. 수십년 전부터 생산현장에 있었던 취재원들의 입을 통해 기자는 후자라고 확신한다. 신고해야 할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사건이 터진 후 늑장 대응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심지어 누출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기 위해 사람을 들여보내기도 했다고 하니, 안전사고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희박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최근 삼성그룹은 16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환경 안전 인력 150명을 선발하기 위한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삼성이 환경안전 분야에서 경력사원을 뽑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산 누출 사고로 곤욕을 치른 후 내놓은 보완책이다. 16개 계열사를 통틀어 150명을 뽑는 것이 뉴스가 됐다는 것은 그동안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보여준다. 국내에 안전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 150명도 채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삼성그룹으로 안전 인력이 몰리면 그나마 중소기업은 안전 인력마저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국가 전체로 볼 때에는 안전에 관한 한 나아지는 것이 없다.
안전 인력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말해준다. 어찌됐건, 안전 인력을 채용하면 환경이 나아질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글쎄요`다.
국내 기업 대다수가 안전을 위해 사소한 것부터 매뉴얼을 꼬박꼬박 지키기 보다는 일분이라도 생산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는 사람들에게 상을 줬다. 안전 사항은 뒷전이었고, 효율을 높이는 창의성만이 우대를 받았다.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라는 구호 아래에서는 안전 인력을 수백 명 채용한다고 한들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리 없다.
안전은 일상에서 나온다. 안전을 위해서만큼은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려는 `창의성`을 요하는 노력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소재부품산업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