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는 공공 지리정보시스템(GIS) SW 분야에서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다. 외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만 최적화된 외산 GIS SW가 국산으로 대체됨에 따라 국산 DBMS 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은 국토공간계획지원체계(KOPSS)의 기능을 분석,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국내 SW업체에 제공, GIS SW를 개발해 적용한다고 6일 밝혔다.
◇국내 중기, KOPSS 오픈 API로 GIS SW 개발
KOPSS는 지역계획·토지이용계획·도시정비계획·도시기반시설계획·경관계획 등 공간정보계획업무를 GIS와 공간통계 등 분석방법으로 지원하는 의사결정시스템이다. 이달부터 대전을 시작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보급,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다.
대전시청은 KOPSS에 외산 GIS SW 대신 국내 중소기업이 오픈 API 기반으로 개발한 국산 GIS SW를 적용했다. 국산 GIS SW인 망고시스템의 `GXT`는 지난해 말 개발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국토연구원의 적용성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인증을 받았다.
국토연구원은 향후 추가로 KOPSS를 도입하는 광역자치단체들도 대부분 국산 GIS SW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광역자치단체의 KOPSS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기초자치단체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299개 시군구의 KOPSS에서 국산 GIS SW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OPSS 외에도 국가공간정보통합체계 사업과 도시계획정보체계(UPIS) 사업에도 오픈 API 방식을 도입, 국산 SW 적용을 추진한다.
◇외산 SW시장 대체…공공기관 비용절감 효과
KOPSS의 국산 GIS SW 사용은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외산 제품이 독점하는 공공 GIS SW 시장을 국산이 대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공 GIS SW 시장은 에스리(ESRI)의 `아크(Arc) GIS`가 80%를 점유해 왔다.
국산 GIS SW 산업이 성장하기 오래 전부터 공공기관들이 아크 GIS를 도입했다. GIS SW업체 한 대표는 “공공기관이 국산 GIS SW를 사용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외산 제품을 선호한다”며 “국산 제품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GIS SW에 연동하는 DBMS 등도 국산화가 가능하다. 기존 외산 GIS SW는 일부 국산 DBMS와 연동이 가능하지만 오라클 DBMS 등 외산 제품과 최적화돼 있다. 공공기관들은 외산 GIS SW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외산 DBMS를 사용했다. 이번 대전시청 KOPSS에 적용한 국산 SW인 GXT는 알티베이스, 티베로 등 국산 DBMS에도 최적화돼 있다.
공공기관의 투자·운영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가 KOPSS에서 외산 GIS를 도입하면 많게는 3억원이 사용되는 반면에 국산 SW는 7500만원에 불과하다. 유지보수 비율도 외산 SW는 20%대가 넘지만 국산 SW는 15%선이다.
박재현 망고시스템 대표는 “외산 GIS SW는 외산 제품과 연동이 최적화돼 있는 반면에 국산 SW는 모든 국산 SW와 연동이 최적화돼 있다”며 “국산 GIS SW도 분석기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외산 SW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